지적장애인을 부당하게 구속한 대한민국 사법기관을 규탄한다!

지난 2일 촛불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집회에서 지적장애 2급의 지○○ 씨가 연행돼 구속됐다. 경찰은 조사 당시 지 씨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이번에도 조사과정에서 의사표현과 자기변호에 어려움을 겪는 지적장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장애상태가 악용될 소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데 우리는 분노한다.

현행「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제26조에는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보호자, 변호인, 통역인, 진술보조인 등의 조력을 받기를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되며,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진술로 인하여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임○○ 씨 때와 마찬가지로 지 씨에게 보호자, 변호인, 진술보조인 등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는커녕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지 씨는 법으로 명시한 형사 사법 절차에서 조력 받을 권리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박탈된 상태에서 홀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같은 날 연행된 200여명의 사람 중 구속된 2명에 포함됐다. 3월 초 연행 구속된 임 씨 역시 함께 구속된 8명 중 구속된 2명에 포함됐었다는 점은 장애가 형사사법 절차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 씨를 면회했던 사람에 따르면 지 씨는 ‘구속’됐다는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자기가 처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지 씨를 대상으로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사해 구속까지 시켰다는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집회 시위 참여자에 대해 얼마나 마구잡이식의 연행과 구속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현재 검찰은 이번주 내로 지 씨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 장애계는 지 씨에 대한 기소철회 및 즉각석방을 요구한다. 또한 현행 형사소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깡그리 무시한 해당 경찰관, 검사, 판사를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덧붙여 정부가 고질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상 장애인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장애계는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사법기관의 오만방자한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2009년 5월 1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민주노동당장애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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