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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관심없는 복지부

장애인복지인프라 개편사업 예산 한푼도 없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8-06 17:56:31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보편적인 서비스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보편적인 서비스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 ⓒ에이블뉴스
장애인연금 받으려다 활동보조서비스까지 중단될까봐 두렵다는 장애인당사자들의 한탄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장애인연금을 받으려면 기존에 장애등급이 있는 사람도 장애등급심사를 다시 받아야 되는데, 재심사를 받고나면 상당수 장애인들의 등급이 하락되고 있는 것입니다. 1급에서 하위 등급으로 떨어지게 되면, 기존에 받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마저 중단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장애인연금 신청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애인연금 신청을 했다가 장애등급이 하락하는 결정을 받고 나서는, 그렇다면 없었던 일로 하자는 장애인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최근 장애인계 핫이슈는 단연 장애인연금과 장애등급재심사입니다. 참다 못한 장애인들은 아예 장애인연금 거부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달 30일 첫 장애인연금이 지급되던 날,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사회서비스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전달체계 마련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는 그럴 뜻이 없습니다.

장애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입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 인프라를 개편하기 위해서 연구용역도 하고, 태스크포스팀도 꾸리고, 모의적용사업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어떤 이유에선지 올해 장애인복지인프라 개편과 관련한 어떠한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예산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된 것이 아니라, 예산 요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의지를 상실했다는 뜻입니다. 장애인계의 반발도 크지 않았습니다. 에이블뉴스가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기사를 보도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사이 장애판정제도는 개편이 진행됐습니다. 우선 시군구가 장애등급의 적성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정도에 대한 정밀심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을 정비했습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법 개정 추진이었습니다. 장애판정 기준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보다 엄격해졌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합니다. 의료적 기준만 새롭게 정비한 장애판정기준이 올해 1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개정 예고기간을 둬서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지만, 입법예고든 행정예고든 요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떠한 내용의 의견이 들어왔는지 일반에 공개되지도 않을뿐더러 새롭게 제기된 의견에 대해서 관련 당사자들과 공개적으로 검토하는 자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제시된 장애판정기준은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그 파장을 예측하는 것도 힘들기에 장애인당사자들은 넋 놓고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장애인당사자들은 이제야 지난해 말 진행됐던 변화들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몸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편한다는 사업은 중단된 채, 엄격해진 기준에 의해 장애등급만이 하락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는 장애등급 하락에만 관심을 둘 뿐, 왜 장애등급 하락이 발생하게 됐는지 원인을 찾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권한이 없다는 말만 할 뿐입니다. 결국 의사들이 장애등급을 매긴 것인데, 의학적 소신을 내세우며 반발하는 의사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혹은 정부에 의해서 조사를 당하거나 처벌을 받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전달체계 개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1급이니 2급이니 따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급이든, 2급이든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장애인연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장애인연금을,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장애인콜택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장애인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는 것입니다. 장애는 사회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재앙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과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오는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수요자중심형 장애인복지 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공청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급자 중심의 체계를 이제는 바꿔보겠다는 장애인계의 의지를 담아 마련된 자리입니다.

그런데, 발등의 불은 내년도 예산안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심사 대상 인원을 19만명에서 27만명까지 늘이기 위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활동보조, 장애인연금 등 복지서비스 신청자뿐만 아니라 1~6급 신규 등록장애인 모두에 대해서 등급을 재심사하기 위한 것입니다. 장애인등록판정체계 개선을 위해서도 예산을 일부 편성했는데, 중단된 장애인복지인프라 개편 사업을 위한 예산은 한 푼도 없습니다. 이건 기획재정부가 삭감한 예산안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예산요구안에 담긴 것입니다. 예산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장애인들의 토론도 큰 의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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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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