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이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대정부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국회영상회의록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잔반을 먹는 장애인생활시설 내 장애인들의 삶이 고발됐습니다. 지난 10일 대정부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한 장애인시설에서 장애인들에게 제공한 식사에 대한 사진자료를 공개했는데요. 이 사진은 한 장애인 시설에서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남은 잔반을 가져다가 플라스틱 통에 섞여 먹이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설에서 안타깝게 삶을 마감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대정부질의 내용에 따르면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과 동일 연령의 평균 아동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장애인 시설 내의 아동 사망률이 무려 28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생활시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일부 시설에서는 폭력과 성희롱, 감금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의원이 이러한 사실을 전하자 정운찬 국무총리는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마음이 아픈 수준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며 “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서 자립정착금이 지원돼야 하고 주거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장애인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총리는 이어서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는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를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자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앞으로 지역 내에서 가정형 시설을 늘려가는 등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으며 자립정착금 지원도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정 총리의 약속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이번 약속은 전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한 약속이니 너무 당연하고 마땅히 지킬 것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이미 장애인차량 LPG연료 세금인상분 지원사업 유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그 약속은 6개월 연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장애인들은 우롱 당했다면서 분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애인 실업률 실태가 발표됐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고용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만 15∼75세 등록 장애인은 185만명 가량인데요,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75만여명으로 실업자는 9만여명에 달해 실업률 10.6%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 3.2%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 그러니까 15∼29세가 24.4%로 가장 높았습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취업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 24.4%로 나타났는데, 남성 장애인의 고용률이 49.9%인 것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농림어업으로 22.2%로 나타났고요, 직종별로는 단순노무직이 34%로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서 주목만 할만 통계가 있습니다. 임금 근로를 희망하는 실업자는 주로 ‘가족, 친척, 지인에게 일자리를 의뢰를 하고 있다’(43.9%)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을 이용한다’(24.2%)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정부가 장애인 취업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은 통계로 입증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기초장애연금 예산 심의는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로 종결이 됐습니다. 장애인 100명 중에서 13명만이 기초장애연금을 받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초장애연금법안이 기초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인데요. 이 법안에 대해서 기획재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처간 이견이 있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요. 기획재정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견서를 제출한다면, 대상자 확대 가능성을 담은 조항이 삭제될 수도 있고, 기초장애연금법안의 2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무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이번 주 기초장애연금 도입이 되면 장애수당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는 장애인들의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서울시를 제외하고, 추가 장애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모든 시도에서 일단 올해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는 기초장애연금이 확정되는 것을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인데, 그때 가서 없는 예산을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씁쓸했던 점은 각 지자체에서 기초장애연금 예산이 통과된 것을 보니 기초장애연금이 도입되면 오히려 소득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서 추가 장애수당을 계속 지급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수당이라는 명칭으로는 지급이 힘드니 명칭을 바꿔서라도 말입니다. 기초장애연금의 수준이 이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자체보다 못한 중앙정부의 수준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참고적으로 장애인가정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계속 늘고 있는데,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출산장려금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습니다.

에이블뉴스가 개설한 장애인신문고에는 안타까운 장애인 당사자들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문사의 적은 인력으로 그 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블뉴스는 디딤돌이 되어 더 큰 힘을 모아 보려합니다. 분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단체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이제 고향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말을 전해야하는데요. 이번 주 에이블뉴스가 보도한 것처럼 명절은 장애인들에겐 반갑지 않습니다. 명절에 일하려는 활동보조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명절 때 장애인들은 더욱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에이블뉴스가 찾아보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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