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공관 앞에 누워 자립생활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멀리 스웨덴에서 들려온 소식이 우리를 부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웨덴자립생활연구소 소장인 라츠카 박사는 1일 18시간씩 월 58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활동보조비용은 정부로부터 현금으로 지급받는데, 매달 2,352만8,420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라츠카 박사는 이 돈으로 총 9명의 활동보조인을 채용해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6개월에 한번씩 사회보험사무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고 합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연수단이 전해온 이 소식은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우리의 경우, 중증장애인이 최대 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시간은 180시간입니다. 활동보조서비스 등급 1등급이면서 독거장애인이어야하고, 인정점수가 400점이 넘는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144만원입니다.

2,352만8,420원 대 144만원. 라츠카 박사의 경우 가장 많이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입니다. 다른 사회적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렇게 단순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텐데요. 라츠카 박사는 장애인연금과 각종 수당 등을 합해 월 4,054만9,650원을 받고 있다고 하니 종합 비교를 한다고 해도 격차가 좁혀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스웨덴과 우리의 격차는 단지 액수보다 관점에서 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스웨덴은 1950년 이후로 대규모 장애인시설이 없어지고 소규모 지역사회시설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이는 기존의 장애인시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 대규모 장애인시설을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복지부는 밝혔는데요. 복지부의 발표 이전에 승인된 사안이라며 꼭 대형 장애인시설을 짓겠다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가는 나라의 현재를 보고, 우리의 미래를 선택해야할 것입니다. 장애인들이 반대하는 대형 장애인시설을 왜 짓겠다는 것인지….

라츠카 박사가 전한 자립생활을 위한 지역사회의 조건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듯 싶습니다.

첫째, 주거공간이 필요하다. 병원이나 생활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살아갈 주거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소득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적인 기초생활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공적부조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셋째, 지역사회지원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자립생활을 하려면, 심리적, 대인관계적, 연계활동적인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지역사회 자원이 있어야 자립생활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환경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우리가 충족시키고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퇴소한 장애인 8명은 현재 갈 곳이 없어 서울 종로구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퇴소한다면 갈 곳이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당장 갈 곳이 없다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완충작용을 해줄 공간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업을 구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소득보장체계는 갖춰져 있나요? 최근 장애인연금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데요. 과연 중증장애인 현실에 맞는 지급 대상과 액수가 정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일 따름입니다. 곧 복지부에서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나올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할 것입니다.

지역사회지원 네트워크는 구축되어 있나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에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폄하하는 것이 우리의 수준이 아닌가요?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무책임한 것인데 왜 그걸 모를까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밖으로 나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려고 하면 로드맵을 갖고 자립생활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어떠한 로드맵도 없으면서 자립생활 환경 구축을 위해 몸소 실천하는 이들의 행동을 폄하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주 탈시설 장애인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관 앞을 찾아가 누워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이 가진 것이라곤 몸 밖에 없으니 몸을 갖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이들의 몸짓에 답변을 해야할 때가 됐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직접 약속했듯이 이제 자립생활 대책을 갖고 만날 때가 됐습니다. 서울시는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특별시입니다. 서울시의 장애인정책이 오히려 중앙정부보다 앞서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중앙정부 핑계대지 말고 탈시설 자립생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을 세상이 된다면, 골방에 갇혀 살고 있는 수많은 재가장애인들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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