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린 사회복지시설 개혁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장애인당사자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이블뉴스

“전 직장에서 나오게 된 이유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을 동료가 해야 했어요. 이후 그 동료도 임신을 하게 됐는데, 유산을 하고 말았어요. 그로 인해 죄책감을 시달렸고, 그만두게 됐죠. 아이를 출산해 어느 정도 키우고, 직장을 구하려고 원서를 넣었는데 내 경력이 아니라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과 아이가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고요.”

지난 13일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 주최로 열린 사회복지시설 개혁방안을 위한 토론회.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한사랑영아원 윤희 생활재활팀장이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전했습니다. 윤 팀장은 “2교대를 하는 시설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100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하고, 대체근무자가 없어 연차 휴가를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정말 끔찍합니다. 결국 예산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노동현실을 개선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정부가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예산 투입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장애인당사자들이 생각하는 대안은 다릅니다. 사회복지시설 중 장애인생활시설에 한정해서 얘기를 하자면, ‘돈 먹는 하마’인 장애인생활시설을 더 이상 짓지 말고, 이른바 ‘탈시설화 정책’을 통해 점차 시설을 소규모화고 숫자를 줄이는 한편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이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 장애인당사자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설생활 비용과 자립생활 비용을 비교 분석했을 때, 자립생활 비용이 더 비용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1인당 연평균 자립생활 비용은 1,752만8,000원이며 시설생활 비용은 자립생활보다 약 391만5,000원 높은 2,144만3,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해 12월 연구결과를 밝혔습니다. 선진국에서 탈시설화 정책이 추진되게 된 배경이 시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들려왔습니다.

시설이 없어지면 종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는 시설 종사자의 생계를 위해서 시설이 존재한다는 논리와 다름없을 뿐입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혼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설은 없어지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역할이 사회복지사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탈시설화를 현실화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거쳐야할 과정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열린 토론회에서도 수많은 과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과제가 너무 많다보니 헷갈려지기 십상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최종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시설이 존재해왔던 이유도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것이며, 앞으로 시설이 없어져야하는 이유도 장애인당사자의 자립생활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에게 가장 먼저 박수를 받아야할 이들이 장애인들에게 적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장애인들도, 종사자들도 ‘잘못 설계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들입니다. 속히 바로잡아야 서로가 웃을 수 있습니다.

그 ‘잘못 설계된 정책’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선진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서로 지혜를 모아 대안을 현실화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렇다고 범죄자들까지 포용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횡령, 인권침해, 차별 등 현행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응당 대가를 치러야합니다.

이번 주 주간브리핑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설 문제에 대한 최근의 흐름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토론회’라는 것이 시간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너무 크게 주제를 잡지 말고, 자립생활 대안 마련과 관련한 소주제로 여러 번의 토론회를 개최해 차근차근 쟁점을 풀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뒤늦게 알려진 가능역에서 발생한 열차사고는 열악한 장애인이동권 현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고, 박은수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동의안 제출 촉구 결의안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직무유기를 질타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원에서는 제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개최됐고,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Boise)에서는 동계스페셜올림픽이 개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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