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권 퍼즐을 맞췄지만, 국내에서는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전망이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권리협약이 바로 오늘부터 국내에서 발효됩니다. 기뻐해야할까요? 슬퍼해야할까요?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과 기본적 자유 보장 수준이 한 단계 성숙한 것이라고 보건복지가족부는 밝히고 있고, 장애인의 권리보호와 증진에 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영하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뒷맛이 씁쓸합니다. 국회를 통과한 비준동의안을 살펴보면, 장애인권리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 조항이 단 한 가지밖에 없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잘 만들어서 장애인권리협약을 모두 커버한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려면 고쳐야할 국내법과 제도가 수두룩하다고 여러 통로를 통해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장애인권리협약으로 인해 바뀌는 국내 법 조항은 장애인 보험 가입 문제를 다룬 상법 732조밖에 없게 됐습니다.

선진국들은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에 신중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애인권리협약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법과 제도에 대한 충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고, 실질적으로 개정을 완료한 뒤에 비준을 하려는 것입니다. 일본 장애인단체들은 국내법과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 한 비준을 거부하겠다고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선택의정서를 빠뜨린 것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현재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44개국입니다. 이중 26개국은 선택의정서도 동시에 비준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선택의정서는 빼고, 협약만 비준했습니다. 국회는 비준동의안 심의과정에서 조속히 선택의정서 비준동의안도 제출하라고 했지만, 정부는 당분간 선택의정서 비준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합니다.

한번 묻고 싶습니다. "장애인권리협약의 발효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비준동의안이 작성되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고쳐야할 법과 제도를 빠뜨린 것은 치명적인 실책입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비준동의안에 당장 고치진 못하더라도 고쳐야할 법과 제도의 목록이라도 정리해서 향후 과제로 포함시켜야 했습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정과 비준에 참여해온 장애인단체들이 이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입니다. 장애인단체가 나서서 쓸모도 없는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고, 그것을 잘한 것이라고 국회의원들에게 상을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할 것입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번 주 신년인사회를 가졌습니다. 수백명의 장애인계 인사들이 참석해 힘찬 출발을 결의했습니다. 올해도 장애인계 합동 신년인사회는 열리지 못했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함께하는 신년인사회, 언제나 가능할까요? 항상 하나가 될 필요는 없지만, 하나일 때가 더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것입니다. 중증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념에 충실한 서비스가 돼야하는데, 최근 열린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현재의 서비스는 그렇지 못합니다.

시설에서 나오려고 하는 장애인에게 시설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활동보조서비스가 제공돼야하는데, 최소 17일에서 47일을 기다려야한다는 지적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이 제기됐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대한 정책 권고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새해를 맞아 에이블뉴스가 달라지는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장애수당 대상자가 확대되고,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가 도입되고, 여성장애인 교육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고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장애아동특별보호연금을 2010년 도입하려고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는 것입니다.

장애아부모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가 있습니다.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다가 죽고 싶다고. 장애아동특별보호연금이 도입되면, 장애아부모들의 걱정이 한시름 덜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에서 30~50%를 매칭펀드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하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전 장애인계가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니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통로를 항상 열어주어야할 것입니다.

주간브리핑과 몇몇 기사를 통해 MB정부의 실책을 몇 차례 지적했더니 기사가 지나치게 객관성을 잃었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에이블뉴스가 문서로 정리한 기자윤리강령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블뉴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기존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이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보도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객관성을 잃었다고요? 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장애인 편에 서 있었을 뿐입니다. 이게 바로 에이블뉴스의 객관성입니다.

MB정부는 장애인과 약속한 것에 대해 하나도 빠트림 없이 지켜야할 것입니다. 대선 공약도 있고, 제3차 장애인정책발전 5개년계획도 있습니다. 제대로 지켜지는지 에이블뉴스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겠습니다. 약속을 이행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MB정부에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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