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23일) 오후 4시 ‘살아있는 비너스’라 칭해지는 앨리슨 래퍼가 한국에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텔레비전에서 저녁 내내 앨리슨 래퍼에 대한 소식을 경쟁적으로 전했다. 반가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래퍼가 정말 대단해보였다.

래퍼는 영 챌린저 포럼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인데 그녀의 방한 소식과 함께 언론에서는 래퍼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 마다 빠지지 않는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앨리슨 래퍼가 양팔은 아예 없고 다리만 조금 붙어있는 ‘해표지증’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나 6주 만에 부모로부터 버려졌고 19살 때까지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22살에 결혼했지만 남편의 폭행에 9개월 만에 이혼을 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스토리다.

정말 중요한 이혼 후의 얘기는 많이 약화돼있다. 래퍼는 이혼 후 대학에서 미술공부를 했고 구필화가로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릴 뿐 아니라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몸을 주제로 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래퍼를 가장 잘 표현한 소개가 될 것이다.

래퍼는 자신의 누드 사진을 공개하기도 하고 래퍼의 임신한 모습을 조각한 작품 <임신한 앨리슨 래퍼>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돼있다는 것도 래퍼의 중요한 경력이다. 또한 래퍼는 장애인 운동가로 여성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세계여성 성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래퍼는 짧은 커트 머리에 청재킷을 입은 옷차림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입국했다. 그녀 옆에는 벌써 6살이 된 아들 패리스가 가방을 밀며 엄마를 에스코트 하고 있었는데 금발에 하얀 피부가 전형적인 영국의 귀공자스타일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방금 도착한 앨리슨을 방송국 스튜디오에 초대해 놓고는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의 아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말이다. 언론은 이미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그녀에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기형적인 당신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인형 같은 아이를 낳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으면 비장애인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을 텐데 우리나라 언론은 그럴 용기는 없었다.

채널을 돌렸더니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래퍼의 일생>을 방영하고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좋은 방송이었다. 그런데 래퍼의 누드 사진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방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래퍼의 유두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진은 실물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누드사진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는다. 유두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 실제로 다른 누드 사진은

방송을 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면서 래퍼의 누드 사진은 그대로 내보낸 것은 래퍼를 여성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무성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눈에 래퍼의 누드 사진은 전혀 섹시하지 않다. 그저 팔 없는 상태를 감상할 뿐이다.

래퍼는 자신의 육체를 기형으로 보지 말고 차이의 아름다움으로 봐달라고 역설했지만

한국 사람들은 심각한 기형으로 보고 있고 아름다움은커녕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우리나라 언론은 아직 멀었다.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했다고 언론에서는 일제히 한명숙 총리의 임명을 여권 신장으로 보도했다.

여성장애인을 여성으로 봐주는 않는 사회에서 여권 신장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한국을 찾은 앨리슨 래퍼의 눈에 이런 한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여성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여성일 뿐이다. 래퍼는 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장애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래퍼에게 관심을 가질 것은 영국이 래퍼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가이고 영국 사람들은 래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래퍼가 정부로부터 24시간 도우미 서비스를 받고 있고 래퍼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얻고 있는가를 취재해서 보도했어야 한다. 그녀의 누드 사진을 여과 없이 내보내 호기심만 만족시키는 2류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

[리플합시다]장애인 일자리 100,000개 과연 가능할까?

*이 글은 기고한 방귀희씨는 솟대문학 발행인이자, KBS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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