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난청인가족협회 김주훈 회장.

1970년대 이전만 하여도 대부분의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나 인공와우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듣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일생을 살아야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보청기와 인공와우의 발달로 많은 수의 청각장애인이 건청인들과 비교적 원만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만의 경향이 아니라 선진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청기나 인공와우와 같은 보청기기의 발달이 지속됨에 따라 앞으로 10~20년 이후에는 건청인과 난청인 사이의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며, 난청인과 건청인과의 경계는 지속적으로 좁혀져 난청인들이 현재보다는 훨씬 더 불편이 적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청각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수화, 보청기,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화는 소리보다는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으로 건청인들과 의사소통에서 많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통합을 지향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 청각장애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사용하여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재활치료 방법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최근에는 보청기나 인공와우의 발달로 고도의 청각 장애인들도 건청인들과 원만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일단 이러한 보청기기의 도움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면 청각장애인들의 정보 수집 능력의 획기적 증진으로 건청인들과의 사회 통합이 촉진되어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후의 청각장애인 재활 비용이 상당히 경감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큰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청기기의 확대 적용은 청각장애인 삶의 질 확보와 국가 재정의 보다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 청각장애 기본 정책도 보청기나 인공와우와 같은 보청기기 활용을 통한 의사소통능력 증진으로 건청인과의 통합을 최우선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농아인들이 인공와우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은 인공와우의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인공와우 수술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정된 장애인에 대한 예산이 인공와우 지원에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는 점,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인공와우의 정책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공와우의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공감하기 어려운 견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서 많은 고도의 청각장애인들이 인공와우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고 건청인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이러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인공와우의 효과가 다르겠지만 인공와우를 하기 전에는 전혀 소리를 듣지 못하던 고도의 청각 장애인들이 인공와우를 한 후 상당한 수준으로 건청인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예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점은 우리보다 인공와우를 먼저 도입하고, 인공와우 시술 뿐 아니라 이후의 재활치료 및 소모품비를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고 이러한 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선진국의 예를 들면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또한 인공와우가 효과가 없다면 보험이 되어도 수술에 개인 부담이 300만원이나 들어가고 일년에 수백만원의 재활 치료비와 건전지 등 엄청난 소모품비가 소요되는 인공와우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개인적으로 인공와우 시술을 한 두 청각장애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 늦게 인공와우 시술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

둘째, 인공와우 부작용 때문에 인공와수 시술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인공와우 수술 자체로만은 다른 수술에 비하여 특별히 위험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약간의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부작용은 소리를 듣는다는 큰 목적에 비한다면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항생제를 사용하면 우리 몸에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라는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곧 죽는 사람에게 항생제가 부작용이 있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것은 마치 휠체어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지체장애인들에게 휠체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그렇다고 모든 청각장애인들이 인공와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로도 충분히 재활치료가 가능한 경우에는 보청기로, 보청기로는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청각장애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것 이상의 대안이 없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방법 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한정된 장애 관련 예산에 인공와우에 너무 많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리는 같은 장애를 격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 섭섭한 견해라고 생각된다.

장애인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그 것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국가는 농아인으로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지 않고 수화로 생활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들에게 최대한 지원을 해 주어야 하고, 인공와우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그들에게 최대한 지원을 하여 나름대로 행복하고 보람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화를 하는 사람이나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하는 사람이나 모두 같은 아픔을 가진 청각장애인 가족이다. 다만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에서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서로간의 차이나 갈등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고, 서로를 배려하여야 한다. 인공와우를 한 사람도 학교나 사회 생활에서 수화를 하는 사람들과 똑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는 서로 힘을 합하고 협동하여야 한다. 이렇게 똘똘 뭉쳐 힘을 합하여도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청각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농아인협회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국가에서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고 낙후된 수화 방송, 자막 방송 등 청각장애인 정보 접근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국가는 특단의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뿐 아니라 청각 장애인의 고용율, 임금 수준 등 고용의 측면에서는 더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난청인가족협회에서는 이러한 면에서 한국농아인협회와 함께 청각장애인들의 교육, 생활, 고용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다. 한국농아인협회가 농아인들만의 협회가 아니라 모든 청각장애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하고 모든 청각장애인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에이블뉴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공와우 수술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기고를 받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합니다. 원고 보내실 곳 :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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