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시의 대중교통 체제가 새롭게 개편되면서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한 저상버스는, 그동안 지하철과 택시로 제한되어 있던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수단을 새롭게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반버스의 차량바닥과 정류장 사이의 높이는 80~90cm인데 비해, 저상버스는 높이는 인도의 높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정도인 25~40cm에 불과해 목발 등을 짚은 상태에도 어렵지 않게 버스에 오를 수 있다. 휠체어를 탄 경우에도 버스 내에 숨겨져 있던 경사로가 버스 안과 지면을 연결해 주어, 단독으로 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입 1년을 맞고 있는 장애인 저상버스는, 간혹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시위를 벌여 지하철 운행이 차질을 빚는 경우, “장애인들은 자기들을 위한 버스도 있는데, 왜 지하철을 막고 시위를 벌이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만큼, 대중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버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할 장애인들은 여전히 장애인 콜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하철과 같이 몇 분 간격으로 일정하게 운행한다는 시간표도 없을 뿐 아니라, 버스라는 대중교통의 특성상, 택시처럼 예약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저상버스가 전혀 운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항이나 대형테마파크 등 특수지역 내 운행차량 및 서울시 용산구, 금천구, 마포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3번씩 장애인을 위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지만, 문제는 현재의 간선(파란색) 버스 노선과 같이 장거리 운행을 하지 않아 이용객들이 극히 적었다는 것.

하지만 저상버스만을 따로 분리하여 시간표를 만들 경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외출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끼는 불편함은 적지 않게 해소된다. 우선 저상버스들은 모두 도심과 도심을 연결하는 간선버스(파란색)로 운행 구간이 넓기 때문에, 보다 많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해택을 볼 수 있다. 여기에다 현재 서울 시내를 운행중인 간선버스는 노선의 길이에 따라, 한 대당 4~6회씩 일정한 거리를 왕복하고 있어, 이를 저상버스 운행 대수에 곱하게 되면, 배차 간격이 짧아져 장애인 콜택시와 같이 예약 후 오랫동안 기다리는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상버스가 일정한 배차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휠체어 리프트의 잦은 고장과 이로 인한 역무원 대기시간 증가, 예기지 않은 리프트 추락사고를 막을 수 있는 현재로써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 때문이다.

매번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열차를 타기 전까지 승강장 계단을 리프트로 올라가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고, 지하철을 탈 때에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에 바퀴가 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무료로 주는 지하철 승차권보다, 교통비를 지불하더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가고 싶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 아니겠는가?

*정현석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이자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입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