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빛 잠들때까지 그대만을 사랑하리. <윤권영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참말인가보다. 뭐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한 생활에서 나 자신을 짓밟고 또 밟으며 일어나고자 했던 시간이 어느덧 10년이 훨씬 넘은 시간에서 나홀로 휠체어 타고서도 생활할 수 있다니….

장애인이라는 것. 나는 이렇게 생각 한다. 장애는 몸이 불편할 뿐이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야 하고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기계들이 이상하면 고장 났다고 한다. 사람의 신체에 이상이 있으면 장애가 있다고 부른다.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 그래서 장애인?

항상 아내가 곁에 있어야 했던 생활이었는데 어느날 아내가 급한 친정일로 혼자서 며칠만 있으라고 한다. 알았다고 대답은 했으나 그 순간 앞이 캄캄하다. 급한 일이 있으면 아내를 부르곤 했지만 현재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소리쳐 불러도 나에게로 올 사람도 없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지? 밥은 있을까? 잠자리는 제대로 되어 있을까? 불안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아내가 집에온 후 나는 또 다른 경험으로 나만의 자립을 맛보았다.

그래 하면 되는구나.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항상 책상에는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글을 크게 써 놓고 항상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군대 시절도 보병사단으로 제대 했기에 혹독한 훈련으로 두다리를 끌고 다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내 가슴을 멍들게 하는 것은 작은 몸의 아내가 나를 항상 업고서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내 다리말이야. 끌고 다니기도 무겁고 자기가 업고 다니기도 무거운데 두다리 잘라 버릴까? 두다리 자르면 안고 다니기도 무겁지 않을덴데…."

아내는 아무말없이 한참을 있더니 하는 말이 "그냥 끌고 다녀". 그래서 지금껏 내 두다리가 붙어 있다. 시골에서 뜻을 이루고자 도시로 이사를 했고 가까운데서 아내가 일하게 되어 다행이었는데 어쩌다가 다시 이사한 곳이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 밤 11시가 넘어야 집에 오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아내가 일하는 근처에 큰 처형이 살기에 나 혼자서도 생활하니 처형댁에서 자고 다니면서 1주일에 한번 쉬는데 그때 집에 왔다. 눈내리는 추운 겨울에는 1달을 지나 오기도 한다. 집에 와서 하는 말은 "어떻게 살았어? 뭐 먹었기에 살찐거 같네?"

나는 못먹어서 부었다고 말하고 우리는 웃는다. 나는 남자다. 군인정신, 그 때의 악으로 나는 일어났고 홀로섰다. 아내가 집에 와서 쉬는 날, 나는 아침부터 바쁘다. 나는 잠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일찍 일어난다. 아내가 일어나기 전에 조용히 밥을 한다. 그리고 맛도 없는 찌개를 끓인다.

식탁에서 내가 하는 말은 "맛은 없어도 찌개가 뜨거우니 그냥 먹어라". 아내는 맛이 있는지 없는지 "어. 맛있네" 한다.

장애로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얼마나 내 가정과 내 아내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줄까? 부모나 형제하고 같이 생활한다면 이런 글도 그냥 지나치는 글이 겠지? 그렇지만 홀로 외롭께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은 이해가 가는 글이라고 본다.

부모님 내 곁을 떠나고 형제가 내 곁을 떠나고 홀로 남는 다면 그때부터 눈물나는 생활이 찾아온다. 그래서 장애인은 홀로서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부모님 곁에 있을때 형제가 곁에 있을 때 홀로서기 연습을 하라.

나는 아내가 집에 온다고 한다. 하루종일 밤늦게 서서 일하고 그래도 서방님 계신 곳이라고 먼곳까지 운전하고 온다. 집에 왔는데 집안이 정신 없다면 아내는 힘들게 청소 하고 빨래하고 해야 한다. 손가락에 힘은 없어도 내가 하자. 닦은데 또 닦으면 깨끗해 지겠지!

아내는 집에 와서 하는 말, "그저 악만 살아있네." 나는 아내에게 "내가 지금껏 악이 없이 생활 했다면 지금도 내 손으로 밥도 못 먹었을 것이야"라고 한다. 아내는 "하긴 그래"라고 대꾸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다고 못 한다고 하기전에 우선 생각하라. 휠체어에 앉아서 어떻게 물건을 옮기고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계획하면 안되는 것도 없다. 그리고 내 몸보다 내 아내를 사랑하라.

*윤권영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경추 손상을 당하고 1급 장애인이 되었으며, 현재 경기도 의정부시에 살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