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보냈다.

장애인의 날이 25회를 맞아 은혼의 원숙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변했을까? 눈에 보기에는 상당히 큰 변화가 있어보인다.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법률들이 줄줄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회 인식은 고도의 기법으로 차별만 양산됐다.

장애인의 날 나는 한가지 커다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직업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고용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이미 자기 일이 있는 사람들도 그 일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 장애인의 무능함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리플달기]장애인의 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어제 에이블뉴스 가족인 김미선, 박주희, 심성은 그리고 나, 이렇게 네명이 KBS 2TV <주부 세상을 말하자>에 출연했었다. 장애인의 날 특집 앙케이트 쇼 <장애인과 함께 하는 세상, 마주보기, 바로보기>에 출연한 것이다. 장애인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편견 10가지를 소개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앙케이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방송이었다.

그 자리에는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들도 나와있었는데 출연자를 소개하는 자막에 사회복지사들은 소속을 밝히면서 우리들은 그저 이름, 나이, 장애 급수만 넣은 자막을 내보냈다. 그 자리에 있던 우리들은 졸지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무능한 장애인이 되고 만 것이다.

장애인의 날 이라고 방송사에서는 경쟁적으로 특집 편성을 했지만 그 방송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을 부르짖고 있으니 함께 사는 세상이 되기는커녕 따로 사는 세상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제 많은 장애인들이 방송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이 상처 받는 날이 돼가고 있다. 그 상처로 세상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고 참아야 한다. 하지만 그 상처는 장애인에 대한 왜곡으로 생긴 것이기에 참아서는 안된다

어제 <주부 세상을 말하자> 특집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집단으로 받은 우리의 상처에 항거한 나를 보고 장애인은 성격이 나쁠 것이다는 설문 항목(앙케이트에 있었음)을 떠올렸을 것이다.

어제 장애인의 날 우리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성격 나쁨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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