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그들의 외침은 우리 모두의 목소리이며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공통된 바람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장애인'이라 함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해 장기간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자를 말하며 포괄적으로 청각장애인(농아인),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 등을 지칭한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이후 각 장애인을 위한 여러 단체가 설립돼 대외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대변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분야별 직능단체나 특수법인, 장애인과 관련된 정보화ㆍ교통ㆍ문화예술ㆍ고용ㆍ인권 등.
장애인계에서 소외되는 청각언어장애인
초창기 장애인 단체의 주요 활동은 소외계층인 장애인의 자활자립 등에 목적을 뒀으나 사회가 급변하고 전문화돼감에 따라 장애인 복지 시스템 또한 단순한 자활자립의 차원을 넘어 장애인 인권회복 및 주도적인 사회참여와 잠재 능력개발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방면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전문적 연구개발 사업들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늘어가면서, 상호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적으로만이 아닌 질적인 향상을 겨뤄야 하고, 특히 장애유형이 다양한 만큼 그에 따른 서비스 공급의 차원도 전문화돼야 한다는 과제가 제시되고 있다.
단체의 운영뿐 아니라, 정책의 개발도 적합한 장애인이나 유형을 고려한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데,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사회 각 분야와 장애계 내에서도 온전한 역할을 수행치 못하고 있다는 자평이 크다.
각 장애인 단체장 또한 여러 유형의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각 단체에 적합한 장애인이 맡아 운영되어야 장애인계 전체의 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장애인 단체의 장이나 임직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지체 장애인 위주로 조직이 구성돼 있어 이는 은연중 장애인단체가 지체장애인 중심인 것처럼 비춰져 비장애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고 장애인 복지사업이 지체장애인을 중심으로 편중될 우려가 있다. 각 장애인계의 균형된 발전을 위서라도 장애인 단체의 장을 지체장애인 쪽에서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히 재고해야할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분명히 장애인은 청각∙언어장애인,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정신지체 장애인 등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장애인…”하며 무슨 단체를 설립 하게 되면 청각장애인(농아인)은 발기인이나 임원 선출에서부터 창립식에 걸치기까지의 단계와 절차에 있어서까지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와 함께 할 의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모든 부분에서 제외되어 왔고, 장애인단체의 행사 때에도 청각장애인(농아인)들은 머릿수나 채우려는 식의 들러리 역할만 맡겨지거나 해 왔던 것이 이제까지의 공평하지 못한 실정이었다.
지체장애인 독점, 바람직하지 못해
밖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평등한 권리를 외치는 장애인 단체에서 안으론 이렇게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인가?
각 시도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복지진흥회,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 정부산하기관의 여러 단체의 명칭 앞에 전체 장애인을 지칭하는‘장애인’이란 명사가 사용되면서도 특정 유형의 장애인들이 주도해 운영되는 것은 장애인계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기도 하며 위의 기관들의 공통된 특징은 직원들의 85%가 비장애인들로 장애인은 15%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시설의 운영이나 공용주차장 운영 공공기관 내 자판기 운영 등 ‘장애인’이란 명사가 사용되지만, 특정 유형의 장애인들이 주도해 운영되거나 고용률을 채울 뿐, 이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무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장애를 가졌다 해도 그들도 일 할 권리가 있지 않는가? 왜 비장애인들이 주를 이뤄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 할 권리 운영 권리마저 가지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에서의 소외, 의사불통에서의 피해는 생활전반, 사회생활 곳곳에서 이 불균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장애인에 관련된 일은 장애인 본인들이 더 잘 안다. 장애인에 대한 권익과 그들의 필요성과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과연 비장애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장애인들의 복지는 장애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각 시도의 장애인종합복지관 위탁사업 운영권도 대부분이 지체장애인 쪽으로 편중되어 있다해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농아인협회 산하협회 및 지부의 수는 전국적으로 120개소로 결코 작은 조직이 아니다. 이럼에도 대부분의 지부가 열악한 운영난에 허덕이며 의사소통에 장애를 갖고 있는 정보장애인이기도 한 청각장애인들의 자활자립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수화통역을 의뢰한 대기인의 숫자에 비해 전문수화통역사가 전국에 600여 명으로 35만명의 청각장애인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현 실정에서 청각장애인 지부장을 비롯해 임직원 전체가 명예직으로 무급인 상태에서 각 지부의 운영을 대부분 자비로 충당해가며 활동해 오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곳이면 이런 때에 각 시도에서 시행하는 공용주차장 등의 위탁 운영권이라도 농아인협회 등 각 장애인단체들에 고루 배분한다면 농아인협회나 힘없는 다른 장애인단체들도 극심한 운영난 등이 얼마쯤 해소 될 수도 있겠으나 이것 또한 대부분이 지체장애인 쪽에서 독식하다시피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용주차장 등의 위탁 운영권이나 자판기 운영권, 일정비율 청각장애인의 공무원 채용 등 정부와 장애계가 머리를 맞대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한국장총-장총련 통합해야할 때
더불어 장애인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의 첫걸음은 우리 장애인계 내부에서 먼저 시작 되어야 된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 개혁을 위해 밖으로 아무리 목청껏 소리친다 해도 먼저 내부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허한 울림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특정 장애인측만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장애인이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진정한 장애인복지가 실현된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더 이상 남남이 아닌 하나의 장애인단체로 통합해야할 때이다.
아무리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목소리가 비틀리고 탁한 소리라 할지라도 모든 장애인과 목소리들을 합하여 전체장애인 고유의 목소리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사회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 장애인들의 고유한 울림을 지니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제대로 목청조차 터져 나오지 않는 부르튼 입에 걸걸한 구호 대신 호루라기들을 물고 억눌린 권익수호를 외치던 농아인들, 거동조차 불편한 몸들을 차가운 휠체어에 의지해 거리로 몰려나오며 ‘장애인 차별 철폐와 이동권 보장’을 위한 플래카드를 힘겹게 흔들어 대던 많은 사람들, 그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찬바람에 얼굴을 찢기면서도 밖으로 뛰쳐나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장애인! 그들의 외침은 더 이상 특정 계층만 소리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목소리여야 하고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공통된 바람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들의 주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소외되어 있지 않았는지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