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간다는 것에 우리는 언젠가부터 일종의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우는 여성의 경우에 그 정도가 심한데, 택시를 위장해 혼자 타는 여성들을 상대로 강도내지는 강간을 벌이는 사건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여자후배 한명은 택시에 대한 안 좋은 추억 때문에 새벽에 밖에 나다니는 것을 상당히 꺼려하며, 어쩌다 한번 새벽까지 밖에 있는 일이 생기면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가를 한다.

이처럼 여성들에게는 야심한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일종의 모험이 되고 있으며, 여성들이 느끼는 이러한 공포는 단순히 밤의 '어둠' 자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그 어둠 속에 숨어 자신들을 노리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내는 것이어서 그 심각함이 더 하다 하겠다.

"폭력을 행사한 택시기사에 대한 나의 선택은 옳다"

오늘(30일) 아침, 난 마포경찰서에 택시기사 한명을 폭력행위로 형사고발했다.

오늘 새벽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불친절한 택시기사에게 불친절한 태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게 되었고, 목적지 도착 후 '정중한 충고'를 통해 앞으로 이러한 행위는 좀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대뜸 반말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택시기사의 모습에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교통서비스불편신고센터(02-120)'에 신고해 시정조치하려 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이에 반발, 나를 강제로 택시에서 끌어내 길에 내동댕이치는 폭력행위를 저질러 이 과정에서 신발이 모두 벗겨지고 쓰고 있던 모자마저 벗겨지는 일을 겪어야했다. 상해유무를 떠나 이것은 분명 부당한 폭력행사였기에 경찰에 신고한 후 오늘 아침, 정식절차를 밟아 해당 택시기사에 대한 형사고발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쯤 되면 뭐 크게 다친 데도 없고, 그냥 좋게 좋게 매듭지을 수도 있는 문제를 갖고 본인이 너무 흥분한 것 아니냐하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일상적으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문제에 있어 계속적으로 감추고 무마시키는 것에 익숙한 우리 사회는 나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올까?

당신들이 '별 것 아닌 일',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는 사이에 그 '사소한' 폭력의 피해를 '일상적'으로 당해온 피해당사자의 인권은 어디에 내동댕이쳐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택시노동자들, 특히 회사택시를 운행하는 택시노동자들의 현실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단언컨데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향상된 처우개선을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30분이 넘도록 대기상태로 개시도 못한 채 있다가 태운 손님이 기본요금밖에 안나오는 거리를 그것도 골목진입까지 요구하니 짜증이 났을 수도 있고 그 부분에 대한 심정적 공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자신보다 약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소수자에게로 향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괴리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약자가 더한 약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는 일말이다.

교통의 공공성 강화만이 대중교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

문제의 핵심은 대중교통수단의 공공성강화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에 대해 지금과 같이 경제의 논리, 이윤의 극대화 등만을 강요하는 전반적 교통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일정정도 사회공공재로서 바라보고 통제와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버스의 급출발/급정차로 인해 다치는 노약자와 장애인의 문제, 택시를 잡기 위해 최소 몇 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장애인들의 문제,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권의 문제와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해 장애인차별철폐과 인권보장을 외치며 투쟁하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에게 끝없는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하는 것이다.

*김오달씨는 현재 인터넷신문 대자보에서 시민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 칼럼은 대자보에도 송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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