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행 23명의 연극 입장 거부파문을 바라보며 연극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몇 자 의견을 적어본다.

대학로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편의 소극장 공연이 올려지고 있다. 어린이 뮤지컬에서부터 장애인 일행이 관람하고자 했던 모노드라마까지 그 장르의 다양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연극과 같은 문화생활에 있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수준을 판단하는 가치기준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다리오 포의 <호랑이 아줌마>는 그 시대적 상황이 중국의 대장정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해학과 풍자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연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공연을 통해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공연기획자의 자세가 아니었는가 싶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다보면 장애인들과의 관람을 적지 않게 경험하게 된다. 기획사의 사과문에서 언급된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 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애로 사회와 단절되어 있는 그들을 만나는 일이 어쩌면 비장애인들에게 조금은 꺼려지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보다 조금은 활동의 제약이 적은 우리가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지 다시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대학로 소극장은 지하에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인들의 휠체어 하나 들어갈 자리도 없는 것이 대다수이다. 한국 연극계의 어려운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공연기획자, 관객 모두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 모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 있다. 인기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그 뮤지컬을 보기위해 모 복지단체에서 장애인들이 단체관람을 왔고, 공연이 시작되자 공연의 진행이 조금은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배우가 웃으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관객들의 이해를 구하자 관객들은 그제야 너그러운 미소를 띄우며 공연을 끝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또한, 공연 중간에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을 위해 개안수술모금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의 상을 목격하게 됐던 것이다.

자신과 조금은 다른 이들과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것은 언제나 조금은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들의 신체일부나 정신적인 장애를 무조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연 기획자의 자의적 해석은 결국 우리 문화계의 고질적 병폐와 관객들을 무시하는 처사에 불과한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기획사가 내놓은 사과문은 아직 성의가 부족해 보인다. 기획사의 성의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생활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들을 위한 여건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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