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정책실장. <에이블뉴스>

키워드로 빌어본 새해소망- 이동보장법

12월 27일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이 30일에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정식으로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번 법률은 법률명칭과 기본 뼈대는 건교부에서 제출한 정부법안을 따르고 있지만, 주요 내용에 있어서는 이동보장법률입법추진공대위안을 발의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의 발의안을 담고 있어, 그동안 이동권보장을 위해 투쟁해온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1년도에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휠체어리프트가 추락함으로써 시작된 이동권 쟁취 운동은 이제 이동편의증진법의 제정으로 법률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이번 이동편의증진법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저상버스 도입의 의무화이다. 건교부에서는 의무의 책임 대상이 운송사업주로 되면,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부과하게 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공대위와 민주노동당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운송사업주에 대한 예산지원을 명시함으로써 운송사업주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결국 이 문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의무화를 시킴으로써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동편의증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 계획에 반드시 저상버스 도입 계획이 포함되어야 하고, 버스 운영에서 저상버스를 반드시 도입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성과는 이동권의 명시이다. 지금까지 이동권은 접근권(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제4조)에 의해 유추 해석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에 따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서 기본권으로서 인정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 이동권이 교통약자의 권리로서 인정됨으로써 이동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상버스 도입과 이동권 보장의 길이 그렇게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저상버스 도입 등이 지방정부사업으로 이양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의식이 저상버스 도입을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상버스구입에 대한 정부의 추가예산지원은 균형발전특별회계사업으로서 지방정부에서 예산지원을 요구할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이를 가능한 방지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게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규정하였지만, 현재처럼 정부의 국고 지원 방식이 매칭펀드(50:50) 방식으로 된다면, 나머지 50%를 부담할 수 없는 재정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나 그러한 의지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국고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추가지원방식을 매칭펀드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차등제를 두는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며, 지방의회에서는 예산 수립에서 저상버스 도입 등 이동권 보장 정책을 우선순위에 드는 의식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이동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동권 보장과 저상버스 도입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해에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차례로 제정될 것이다. 모범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장애인계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되었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반영의 폭이 더욱 커야 할 것이다.

반면에 장애계 역시 이제는 법 시행을 기다리며,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고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또 1년여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 이제는 차분히 법시행이 되기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저상버스 도입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갈 때이다.

새해에는 이동권 보장과 건축물에의 접근권 보장이 좀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위해 준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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