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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죽이는 무서운 우리 사회

현재진행형인 장애인 차별과 억압의 역사

모자보건법 개정 운동 지금 당장 시작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7-06-07 11:37:26
지난 5월 12일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후략)”이라고 대답하여 장애인들의 분노와 항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가 답변 중에 장애인인 필자로서도 요즈음 좀처럼 듣기 힘들어 고어사전에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불구’라는 단어를 운운한 것을 보면, 그의 장애인에 대한 용어 선택이 수준 이하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낙태가 불가피하여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발언한 부분은, 그가 대선예비후보 중에 한 사람이고 따라서 장차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러한 말을 했다는 것이 무척 실망스럽고 암울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를 통하여 일반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리 새롭지는 않다. 왜냐하면 장애인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늘 그러한 대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신석기 부족들은 장애인을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홀린 것으로 이해해서, 그 초자연적인 존재가 악한 것으로 인식되면, 홀린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서 배출구를 만들었다. 고대 스파르타․그리스․로마 사람들은 장애인이 젊었든 늙었든 버려서 죽게 하였다.

중세 이후 유대․기독교 전통에서는 장애인은 하나님의 불쾌함의 표현이라고 가르쳤다. 유대․기독교가 죽임을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은 추방과 고정관념의 대상이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구빈법(救貧法)의 성문화와 함께 장애인은 빈민을 분류하는 체계 하에서 자선의 대상이었다. 18세기 계몽주의로부터는 인간이 아마도 완벽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생겨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을 생물학적 결함으로 정의하는 치료모델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장애인은 최소한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할 만큼 충분히 기능적이 되도록 훈련받았다.

19세기 말엽에는 사회 다윈주의(social Darwinism)와 우생학이라는 험악한 철학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우생학은 사회악에 대한 편리한 설명이 되었고, 장애인을 몹시도 비난받기 쉽도록 만들어버렸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완전하게 할 수 있는 능력에 자신감을 잃게 되자 장애인은 천부적으로 비생산적이며 따라서 가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자연의 법칙이 장애인을 부적당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어떠한 개입도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하였고, 장애인들의 ‘불완전함’이 번식될까 두려워 장애인들이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하였다. 장애인의 ‘위협’과 ‘성가심’을 다루기 위한 시설들이 극적으로 증가하였고, 장애인은 인간 이하의 환경 하에서 점점 더 격리되고 시설화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장애인은 수치와 불명예의 대상이었다. 부모들은 장애아동을 집이나 시설에 감추었다. 1940년을 전후하여 우생학의 논리는 나치 독일에서 대대적으로 실천되어, 히틀러는 소위 ‘무가치한 생명’인 장애인을 10만 명이 넘게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장애인 학살의 역사는 다른 나라의 것만이 아니어서, 일제와 과거 정부에 의해 강제 낙태된 한센인들의 태아 표본 사진이 작년 11월 1일에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가 그저 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의 근거가 되고 있는 모자보건법에서이다. 동 법 제7조에 의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심신장애아’의 발생 예방을 관장하기 위하여 모자보건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제1항에 의하면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 법 시행령 제15조에 의하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유전성 정신분열증, 유전성 조울증, 유전성 간질증, 유전성 ‘정신박약’, 유전성 운동신경원 질환, 혈우병,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 기타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현저한 질환이다. 이 시행령 조항을 보면, 예를 들어 마치 정신분열증 중에는 유전성 정신분열증이라는 종류가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역으로 정신분열증의 원인 중의 하나로 유전을 비롯한 생물학적인 것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며, 정신분열증의 원인에는 이외에도 심리학적·사회문화적인 것도 있다. 혈우병도 A형과 B형은 대부분의 경우 남성에게서 발병하며, C형은 남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으나 그 수가 대단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모자보건법 제14조와 시행령 제15조는 우생학의 망령을 맹목적으로 좇은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래도 혹자는 만에 하나라도 아동이 이러한 장애나 질환이 있을 경우에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장애나 질환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 점에는 장애인인 본인으로서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적절한 사회적 지원으로 해결할 일이지, 최장 임신 28주일이 되었을 수도 있는 태아의 목숨을 끊어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멀쩡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태아는 왜 스크리닝하지 않는가? 물론 그렇게 된다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오는 무서운 사회가 되겠지만, 장애만을 이유로 낙태시키는 사회도 이미 충분히 무서운 사회이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에이블뉴스
더구나 동 법 제3항을 보면, “제1항의 경우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없는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에 갈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으면 본인 또는 배우자가 원한다 할지라도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반인권적인 조항이다. 더구나 장애인을 부양하든 않든 부양의무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니 백 번 양보하여 그 의무자가 부양한다 하더라도 그 부양으로 인하여 소진되어 있어 또 다른 ‘혹’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를 부양의무자에게, 동의권을 준다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역사는 다른 나라의 것만도 또 과거의 것만도 아니다. 그러한 사실이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에서 다시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낙태의 문제 뿐 아니라 장애인 안락사의 문제까지, 즉 장애인의 일생에 걸쳐서 재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가 계속되지 않도록 지금 이 땅에 사는 장애인이 힘차게 일어나는 것이며 또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당장 모자보건법의 개정 운동에서 출발할 수 있다. 만일 이 문제를 시급하고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우리는 훗날의 장애인들에게 부끄러운 선조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의 요청으로 대구대 조한진(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작성해 보내온 글입니다.

기고/조한진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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