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 고봉균씨.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이란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시설과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며 중증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생활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자기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스스로 책임감 있게 생활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할 때 활동보조서비스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입니다. 활동보조인 제도의 활용도면에서 우리 중증장애인은 120%를 육박할 것이라고 여깁니다. 스스로 못하거나 하기 힘든 일을 보조해주는 것만이 활동보조인이 아닙니다.

활동보조인이 있어 우리는 지역 사회로 나와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잦아지고 됐습니다. 여행이나 공연 관람 등도 가능해졌습니다. 늘 집에서 TV로만 접하면서 마음속으로 부러워하던 일들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이념아래 활동보조인이라는 제도가 생겨나면서 가능해진 것입니다. 지금은 활동보조인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집을 나서게 되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한 생활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꿈에도 그리던 공부를 하고, 지금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하던 미래를 꿈꾸게도 되었습니다.

그런 행복한 미래와 장래의 꿈에 부풀어 생활을 하고 있던 올해 4월 1일부터 보건복지부에서는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월 최대 80시간밖에 안되는 너무도 어이가 없는 처사입니다.

80시간을 주고 활동보조 범위를 ‘가사지원’, ‘신변처리’, ‘생활보조’, ‘이동보조’ 등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렇게 정했는데 어이가 없는 얘기입니다. 80시간이면 하루에 2시간 반인데 그 2시간 반이라는 시간 안에 뭘 할 수 있는지, 밥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대소변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집에서만 살든지 시설에 들어가라는 얘긴지….

장애인의 경우엔 유형에 따라 하루에 10시간 이상의 활동보조인의 보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월 200시간이 필요하거나 300시간이 필요한 장애인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월 80시간으로 정하면 어떡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처럼 강직으로 인해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경우엔 숟가락도 잡지 못하기에 매 끼니때마다 활동보조인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세끼 밥은 30분에 다 먹어야 하고, 아침저녁 씻는 것은 5분 안에 다해야 하고, 용변처리는 며칠 걸러 10분만 하라는 것인지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하루 2시간동안 활동보조인과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무슨 시간에 어떻게 하란 말인…. 지역사회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한 정신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대두되어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하루에 2시간으로 외출을 해야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어느 만큼의 거리를 나갈 수 있을 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배려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가 찾아주길 원하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누군가를 찾아갈 수 있길 원합니다. 우리도 우리가 누군가에게 배려를 주고 또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원합니다.

활동보조인이라는 제도를 통한다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단지 글자로만 남는 구분의 선이 있을 뿐인 단어의 존재로만 남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장애인이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는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의 것들을 누리길 원하는 것뿐입니다.

*이 글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 고봉균(뇌병변장애 1급)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리플합시다]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