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고잔역의 휠체어리프트 앞에 선 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전윤선씨. <에이블뉴스>

2007년 1월 3일 오전의 일입니다. 지하철 4호선이 안산을 통과하는 중간쯤 공단역과 고잔역이 있습니다. 안산장애인복지관을 가기 위해 공단역에 하차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 했으나 리프트의 고장으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한정거장 더 가서 고잔역에 하차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고잔역의 휠체어리프트 역시 운행도중 계단 중간에 멈춰 서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체 1급(근육장애, 희귀질환)의 장애인당사자인 저는 역무원에게 빠른 구조를 요청하였으나 고잔역의 역무원은 직원이 없다며 공중에 매달린 채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멈춰 버린 휠체어리프트…"이제 죽는 건가"

역무원이 오지 않자 119구조대에 구조요청을 하고 지나가는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때 가지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시민에게 건네 촬영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러고도 여러 차례 고잔 역에 전화를 걸고 지나가는 지하철 이용객들이 역무원을 부르러가서야 역무원이 도착하였습니다.

계단 중간에서 리프트가 멈춰서 있을 때 TV뉴스에서 본 놀이공원에서 가끔 발생하는 공중에 매달린 채 죽음을 기다리는 그분들의 심정이었습니다. 이 심정을 매일 느껴야만 하는 것이 안산지역의 휠체어 장애인의 현실입니다. 리프트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20분 동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추락하면 이대로 죽는구나 생각하니 그 시간이 바로 지옥이었습니다. 휠체어 무게 때문에 지나가는 시민들은 도움을 주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공중에 매달린 저는 오금이 저려오면서 죽음을 직시해야하는 상황에 삶을 체념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체가 원망스러울 때가 없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은 119구조대원 출동하여 무거운 전동휠체어를 여러 명의 대원들이 들고 계단을 내려온 후에야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었습니다.

안산지역 7개 전철역 중 1곳에만 엘리베이터

이렇듯 안산지역 이동약자인 휠체어장애인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이동을 해야만 합니다. 안산지역의 장애인 등록률은 22.184%입니다. 이들의 이동권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현재 안산지역의 지하철 역사의 리프트는 10년 전 수동휠체어 전용으로 설치된 시설물입니다. 전동휠체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운행 중 잦은 고장과 정지로 생명의 위협을 주고 있지만 대체 운송수단 부재로 하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산지역엔 7개의 지하철 역사가 있지만 최근에 생긴 신길온천역에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상황이고 나머지 역은 10여 년 전에 설치한 수동휠체어용 리프트만 운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동휠체어가 장애인들에게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많은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고는 있으니 휠체어가 접근하기에 부적합한 장소 또한 많이 있습니다. 그 한 부분이 지하철 4호선 안산지역을 통과하는 지하철역입니다. 휠체어 무게만 해도 보통 140~160kg 정도이고 더 무거운 전동휠체어도 많이 보급되는 현실입니다. 또한 건장한 성인 장애인의 체중은 남자 보통 70~ 80kg, 여자 55~60kg이 보통의 몸무게 입니다. 그러나 10년 전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사용 무게는 210kg이 한계입니다. 이렇듯 노후화된 리프트를 안산지역 장애인들은 목숨을 담보로 매일 같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서울의 지하철역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고, 그렇지 못한 역은 전동휠체어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새로운 리프트로 교체해 휠체어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엘리베이터 설치 미룰 수 없다”

그러나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에 접어들면 노후된 리프트만이 있어 목숨을 담보로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전문제가 뻔히 노출돼 있지만 지하철 공사와 지자체에는 예산이 없다는 것을 핑계로 엘리베이터 설치는 서로 미루고만 있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지하철 공사의 안일함으로 지역 주민의 안전은 뒷전입니다. 예산타령만 하는 지자체의 안전의식과 행정도 반성하고 개선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이동약자인 장애인도 지역에서 함께 자유로이 이동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복지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전윤선씨가 본지에 보내온 글입니다. 직접 휠체어리프트 사고를 겪으면서 느낀 점과 우리나라 장애인 이동권 정책의 부실함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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