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복지는 그 출발부터가 권리가 아니라 시혜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외국 선교사들이 들어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살려보겠다고 한 작태이었다. 전쟁으로 피로 얼룩진 나라에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것이 한국 복지의 출발이었다.

그 이후에 노태우 정권까지 이어온 군부독재 정권 때문에 한국 민중들은 복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유마저도 없었고 그것을 위해 수십년간 목숨 걸고 싸워야 했다.

그 이후에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김대중 정권 시기인 97년 IMF로 최고조에 달했고 민중들은 죽음에 낭떠러지로 내몰았다. 그제야 민중들은 죽지 않기 위해 사회보험, 실업급여,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 살기 위해 복지를 외쳤다.

요컨대 외국은 노동자 계급이 자신의 권리로서 자본가 계급과의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지만 한국의 민중들은 전쟁과 독재정권으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인 복지조차도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장애인의 삶은 1960~70년대에는 죽어야 할, 죽어도 되는 존재이었

고 80년대에 와서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나온 장애인복지법과 함께 탄생한 괴물 ‘시설’의 희생물이었다.

시설은 양립해야 할 것이 아니라 없어져야 된다

1981년 전두완 정권이 자신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일본법을 토씨 하나도 바꾸지 않고 제정한 장애인복지법으로 시설이 생겨났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야 되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오갈 곳 없는 장애인들을 모아서 시설을 만든 사람들도 장애인의 수가 정부의 지원금액과 직결되자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온갖 비리를 위해 별별 비리와 인권유린을 저질렀다.

그동안 장애운동은 에바다 사건, 양지마을 사건, 성람재단 사건 등 온갖 시설 비리에 저항했고 현재 사회복지법 개정을 통해 시설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나아가서는 해체하려 한다.

혹자들은 ‘비리만 없어지면 시설은 필요하다.’ ‘장애인 예산을 늘려서 시설 예산도 늘리고 자립생활 예산도 늘리면 되지 않아?’ 이런 말을 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왜 장애인은 시설에 가서 통제 받으면서 일상을 살아야 하는가?’ ‘비장애인에게 밥 주고 옷 줄테니까 시설에 가서 통제된 삶을 살라고 하면 살겠는가?’ 지금 장애인들이 외치는 건 한 주체로서 인간답게 살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장애인 예산은 연간 시설에 3,000억이 가고 자립생활 예산은 6억원이다. 이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지 않고 아무리 장애인 예산이 늘어나도 장애인은 지역사회보다 시설에 더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화원 의원과 시설장들은 480만 장애인들에게 석고사죄하라

얼마 전 정화원 의원은 국가청렴위원회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등에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것과 관련하여 ‘개인의 재산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주장한 것을 본 필자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장애인당사자이고 지금도 시설에서 목숨을 연명하거나 또 죽어가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음을 그는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적어도 장애인국회의원이라면 장애인당사자의 생존권을 위해 그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학법 연장선상이라는 논리 때문에 시설을 사유재산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보고 정말 그가 장애인을 대표하는 장애인 국회의원의 자질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반문해 보고 싶다.

얼마 전 성람재단의 비리문제가 터졌고 지금도 종로구청에서는 그 문제를 가지고 장애인당사자들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때에 시설을 비호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시설에서 적어도 생존권을 보장받고 조그마한 권리라도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의 원뜻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투명성을 보장하는 일이며 장애인이 한사람의 주체로 당당히 살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정화원 의원은 당리당략을 떠나 장애인의원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돌아보고 장애인 전체가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아 장애인대중에게 본인의 성명서를 철회하고 눈물로써 석고대죄하기를 바란다.

또한 국회는 추운 겨울에 여의도 바닥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법 제도화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하루속히 받아들여 장애인 자립생활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 글은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형진 정책팀장님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및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대한 기고 글을 환영합니다. 보내주실 곳: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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