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형진 정책팀장. <에이블뉴스>

[릴레이 기고]자립생활지원 제도화를 논한다-⑨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철학과 이념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이 추구하는 철학과 이념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 사업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전달체계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1)장애인 운동의 기존 이론 검토

장애인 운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은 마셀의 시민권 모델, 정상화 이론, 자립생활 모델 등의 3가지이다.

마셀의 시민권 모델은 장애인을 ‘장애로 인해 사회적 배제 기제에 따라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여부는 해당 시책이나 시설이 ‘시민권’을 보장하거나 보장해 줄 수 있는 배려가 있는지로 판가름 난다고 주장한다. 즉 ‘적절한 배려(reasonable accommodation)’를 통해 ‘출발선의 평등(equal footing)’을 보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시민권 보장의 기초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유동철, 2002; 문상민, 2006). 그러나 시민권 모델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문상민 등은 시민권 모델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한 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시민권 모델이 인권운동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의 주변부적 문제로 인식되어왔던 장애인, 여성, 이주민, 흑인 등의 문제를 사회 문제화했고 주변부적 문제의 당사자들을 권리의 주체로 주체화시켰다. 그러나 인간 보편적 권리로써 인권의 실현, 즉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과 온전한 인간의 권리보장은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진행해야 가능할 것이며, 실현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들의 비판은 장애인 문제를 자본의 틀로만 보고자 한다. 장애인 문제는 신체적 ․ 정신적 장애로 인해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당해 장애를 인정받지 못하고 일상적인 기회에서 배제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장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이유가 자본주의 질서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장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라기보다 ‘재활’이라고 대표되는 의료적 모델이 갖고 있는 권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장애인 문제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재활 패러다임이 장애는 질병이라는 의식과 장애는 의료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정상화이론은 정신지체장애인의 서비스 실천 원칙으로 제기된 이론이며, 장애인도 사회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정상화이론은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 혜택을 완전히 누려야 한다는 권리의식에서 나온 것이며, 이의 출발은 인권이다. 즉 정상화이론은 권리의 개념으로 해석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지원을 받는 것은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이다.(문상민, 2006)

이에 비판하는 학자들은 정상화 이론은 장애인을 분리시키고 잔여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만을 비판할 뿐, 장애인을 배제시키고 억압하는 사회구조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장애인이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 권력을 갖고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 맞게 바꾸는 운동은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를 변혁시키는 것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복지도 자본의 대상으로 변하는 현실에서 전문가 주도의 복지 권력을 장애인 민중의 욕구대로 변혁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립생활운동은 장애에 대한 개별적 ․ 의료적 접근을 반대하고 사회적 장애개념을 수용하고 있다. 자립생활운동은 전문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장애인 스스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그리고 자기주도권을 가지고 사회에 통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문상민, 2006) 자립생활 모델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보장되어도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물적, 인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면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이 온전하게 보장되지 못하고 물적, 인적 자원이 아무리 증가되어도 그 혜택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장애인 예산의 대부분이 수용시설에 들어가는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장애인 예산이 아무리 늘어나도 장애인의 삶은 그대로이고 장애인 수용시설만이 늘어날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전문가 중심의 복지권력을 장애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보장하는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2)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지향점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인의 주권을 회복하는 운동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운동은 다음과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기존에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패러다임에서 장애인이 자기 의지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예컨대 자원봉사나 활동보조인 양자 모두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는 것이지만 전자는 장애인의 선택권과 통제권이 보장하지 않고 봉사자의 시간과 활동에 맞추어 하는 활동이지만 후자는 장애인 당사자가 보조 활동을 선택하고 그것을 통제한다. 자립생활 운동은 기존에 의사, 재활전문가 등의 비장애인이 주도했던 장애인 지원 활동을 장애인 당사자의 의지와 자신의 욕구대로 장애인 정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운동이다.

재활패러다임은 장애의 문제 원인을 장애인의 신체 구조로 보고 해결 방식을 의사, 물리치료사 등이 주도권과 통제권을 갖고 해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재활패러다임에서는 장애인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대상의 역할이다. 반면에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는 장애인의 문제의 원인을 사회 환경으로 보고 사회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장애인 문제의 해결로 보고 장애인의 역할은 서비스 주체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센터가 하는 활동은 주로 두 가지 기능으로 구분된다.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과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과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환경을 변화시키는 기능이다. 전자의 구체적인 사업은 활동보조 지원과 동료상담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전문가들이 파견하는 활동보조나 상담하는 동료상담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활동보조를 교육시켜서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 맞게 활동 보조를 받아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동료상담은 기존의 재활기관이나 복지관에서 하는 심리 상담이 아니라 같은 유형의 장애인 동료가 경험을 상담하여 각 상황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자립생활 전달체계는 장애인 당사자가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자립생활 센터는 대표자가 장애인이어야 하며 운영진의 51%이상이 장애인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원칙이다.

- 장애인의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인을 배제시키고 차별하는 지역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운동이다 -

장애인의 자립생활 운동은 단순히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시키는 지역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운동이다. 자립생활센터는 앞에서 말한 활동보조나 동료상담 등과 같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기능과 함께 권익옹호 활동을 중심으로 하여 장애인을 배제시키는 지역사회 환경을 바꾸는 기능을 갖고 있다.

권익옹호 활동은 지역사회의 지하철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공공건물 접근권,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통합교육 실현, 장애인 노동권 확보 등을 위한 권익옹호 활동을 해야 하며 이는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핵심이다.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체계의 올바른 대안

1)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체계에 대한 판단 기준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시작되고 장애인 운동의 측면에서 볼 때에도 당사자주의, 정상화 이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내의 운동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나는 자립생활 운동이 체제 변혁적인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인이 가족과 전문가에게 빼앗긴 주권을 회복시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의 삶은 아침에 일어나서 잠 들 때까지 부딪히는 장벽과 억압의 연속이다. 이것의 원인을 단순히 자본주의 구조 문제나 의식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장애인의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으며 더 심각한 것은 장애인 복지조차도 장애인을 서비스의 대상으로 전략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현존의 장애인 복지 권력과 내용을 장애인에게 회복시켜 주어서 올바른 장애인 복지와 정책을 확립시키는 초석이며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시민권을 확보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올바른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전달체계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1. 장애인이 전달 체계의 주체로서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가 사업과 정책의 반영되어야 한다.

2.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 기관은 단순히 서비스 기관이 아니라 권익옹호를 통해 지역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이 지역 주민의 보편적인 복지권 확보에 공헌해야 한다.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아동, 노인, 노숙자 등의 지역 주민이 실질적인 복지가 이루어지도록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2)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체계의 구체적 방안

① 시설과 센터의 형평성 있는 예산 수립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체계의 필수 조건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고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권익옹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환경과 구조를 변화시켜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에 장애인 자립생활 관련 모든 활동을 자립생활센터로 원칙적이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지 못하는 점과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의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하는 기구를 설립해야 하는 점이 보완할 점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립생활센터의 설립과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 현재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센터를 만들고자 하지만 인력적 재정적 지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에 대한 지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센터와 다른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위해 현재의 시설과 기관 중심으로 지원하는 장애인 예산 구조를 획기적인 변화해야 한다.

② 사업별 특성을 고려한 전달체계 수립

장애인 자립생활 개별 활동들이 가지는 필수 조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동료상담이나 활동보조인 교육과 평가, 권익옹호 활동은 장애인 당사자 및 센터가 해야 할 사업이며 활동보조인 파견 사업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선택권과 보다 많은 활동보조를 받기 위해 다른 기관들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활동보조를 받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적인 ‘활동보조 평가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구청이 이를 통해 활동보조 파견 사업을 하는 단체 및 기관을 평가하여 예산 지원 등을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활동보조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은 구청이 활동보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수요자와 필요 시간을 조사하여 그에 맞게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하되 장애인 당사자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현금 대신 쿠폰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

③장애인 자립생활 센터가 부재한 지역

현재 전국의 실태는 센터가 있는 지역보다 없는 지역이 더 많은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센터가 부재한 지역에서 제도화된 활동보조를 어떻게 파견하는 것은 큰 과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먼저 구청이 해당 구의 장애인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활동보조를 원하는 장애인을 모집하여 활동보조를 파견하면서 자조모임을 결성하여 인근 지역의 센터와 연계하여 자립생활과 활동보조에 대한 소양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센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 향후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를 운영하도록 한다.

<표>센터가 부재한 지역의 장애인 자립생활 전달체계 구성 방안.

*이 글은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형진 정책팀장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자립생활 전달체계가 자립생활 철학과 이념을 올곧게 실천해야한다는 논지를 펼쳐 주셨습니다. 귀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안형진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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