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자립생활지원 제도화를 논한다-⑧

내가 생각하는 자립생활은 부모로부터의 탈출도 아니고, 시설로부터의 탈출도 아니다. 단지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이 아닌 사회로부터의 참여된 삶을 원할 뿐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에서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그 밑바탕에는 바로 평등이라는 출발점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평범한 논리 속에서 그동안 장애인은 철저히 소외되어왔다.

자립생활과 그에 따른 활동보조인의 서비스는 단 1%로라도 자신의 선택과 판단력이 있다면 그에 따른 세부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나의 행복한 미래를 추구한다면, 남도 당연히 그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당연한 논리 속에서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자립생활의 패러다임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단체에서 벗어나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스스로 외치며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애인단체와 전문가 또는 자립생활단체끼리의 견제와 분란이 끊임없이 발생되었다. 지금은 장애부모회와 시설협회의 입장표명을 하면서 또 다른 분란과 논쟁에 빠져들었다. 서로 힘을 모아도 힘든 장애복지의 현실 속에서 왜? 이렇게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며 싸울까?

내 생각이지만 그것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문제인 "예산"이었다. 지난 과거의 장애복지정책은 대부분 "무료"내지는 "면제"였다. 당장에 돈이 안 드니 편하지 않은가? 그러나 장애운동을 통한 장애인의 실질적인 요구가 늘어나면서 매년 장애복지예산이 조금씩이나마 늘어 낳지만 아직 턱도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렇듯 부족하고 한정된 장애복지의 예산은 장애계의 통합된 모습이 아닌 서로간의 이득(?)챙기기에 급급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총연맹과 총연합회, 경제인협회와 경제인연합회, 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와 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과 같이 양분화를 만드는 결과가 되었다. 물론 예산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결국은 서로의 입장에 유리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은 서로 힘을 합해서 적절한 예산확보를 위한 정부와 정치권과의 싸움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정확히는 아니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자립생활로 인한 활동보조인이 지원되더라도 우선순위는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이라고 한다.

이 말은 아무리 중증의 장애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재산이 있으면 지원이 안되며, 생활보호대상자나 차상위계층이라 하더라도 직업을 가지고 일정부분 소득이 있다면 이 또한 지원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그나마 있는 돈 다 까먹어가며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하던가? 아니면 평생을 생활보호대상자로 살아야하며, 그래서 활동보조인의 지원은 단지 바깥바람 쐬는 것에 만족하라는 결론밖에는 될 수 없다.

나를 예로 들자면 7년 전 퇴근길 교통사고로 경추 4, 5, 6번이 손상되어서 전신마비장애인이 됐다. 그런데 더 운(?)이 없게도 동료운전자는 책임보험밖에 들어놓지 않아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컷다. 그때 나이가 27세였고,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야할 길이 더 많을지도 몰라서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퇴원 후 몇 년 간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전신마비라는 중증의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활동보조인의 지원이 절실했다. 3년 전 우여곡절 끝에 삼성화재에 취직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되었다.

한달 평균 110∼130만원을 벌고, 연금으로 매달 40만원을 받고 있지만 활동보조인 월급으로 100만원을 드리고 기름 값에 핸드폰비용에 기타 활동비를 포함하면 활동 자체만으로도 빠듯하다. 그나마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적자일 경우도 많다.

중증의 전신마비장애로 사회에 나와서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버는 돈의 대부분이 활동보조인의 월급으로 나가서 결국은 남는 돈도 없지만 나는 가끔씩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과거 몇년전만 하더라도 2년 가까이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안에서 아무 꿈도 희망도 없는 삶을 살았기에 현재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하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 큰 걱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연로하신 부모님이시다.

아침, 저녁으로 챙겨주시는 부모님이 안계셨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만 나로 인해서 오히려 허리의 통증과 잔병이 많아지신 걸 볼 때면 불효 아닌 불효의 심정으로 마음 아파 할 때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나의 미래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하여도 내가 아닌 가족과 타인에 의해서 결정지어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2004년 영화 "말아톤"의 흥행으로 배형진군의 사연과 그로 인해서 발달장애의 인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비장애인들은 배형진군을 보며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를 느꼈고,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배형진군의 장애극복(?)은 단지 배형진 군 혼자만의 극복이 아니라 그걸 보는 비장애인들 또한 자신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보았고, 그것은 사회에 보이지 않는 비타민으로 작용해서 결국은 국가의 이익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중증의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그래서 성공하는 장애인이 많을 수록 이사회의 건강성을 회복시킨다는 말이다. 즉 자살로 고민하고, 직업으로 고민하고, 물질로 인해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활동과 성공은 많은 삶의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자살하지 말라고 백날 광고하느니 그 예산으로 한사람의 배형진군을 더 발굴하고 알리는 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업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직업을 가져야 세금도 내고, 소비를 해야 경제도 돌아가지 않은가?

이에 따라 장애복지예산을 쏟아 붓는 선심성예산이 아닌 세금으로 또는 경제의 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는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하며, 장애계는 개인이든, 단체든 서로의 싸움이 아닌 서로의 뜻을 모아 정치권과 정부와의 싸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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