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본지가 보도한 박정혁씨의 기고문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박정혁씨 본인이 직접 기고문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밝힐 것을 요청해와 글을 추가합니다.

다음은 박정혁씨가 보내오신 글 전문.

우선 확인절차 없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들이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인들은 자기결정권이 없으니 활동보조인 파견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또 “18세 이상의 장애인들에게만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라고 기고를 쓴 것에 대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측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분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일부 실무진에게서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 다시 한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분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한국의 IL을 선도하시는 분들이 IL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에 위배되는 이런 말들을 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분노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은 정신지체·발달장애인은 자기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활동보조인 파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묻겠습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정신지체인과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생각이 어떤 것인지 공식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들의 활동보조인 파견에 대해서도요. 제가 진짜 없는 말을 지어냈다면 공식 사과드리겠습니다.

[릴레이 기고]자립생활지원 제도화를 논한다-②

나는 손, 발이 자유롭지 못한 중증장애인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식사하고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자립생활(IL)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이러한 지원을 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자립생활을 논하면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빼먹는다면 그야말로 팥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3월20일부터 약 50여일동안 우리는 서울시청 앞에서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위한 시청 앞 노숙농성을 했었다. 이 과정에서 자립생활을 갈망하는 모든 관련 단체와 연대들, 그리고 장애인들이 목숨 걸고 결합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나긴 투쟁 기간 동안 우리들은 차디찬 시청 앞 바닥에서 밤새도록 현장을 지켰으며 40여명의 동료들이 아름다운 두발을 자르는 삭발을 했으며 맨몸으로 기며 한강대교를 건넜다. 그 결과 서울시는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약속했고 이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누구든지 활동보조인을 써야한다. 우리들은 단연코 우리들만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활보 투쟁을 하지 않았다. 경추장애인들만을 위해서 시청 앞 노숙을 하지 않았으며, 근육장애인들만을 위해 삭발하지도 않았고 뇌성마비장애인들만을 위해 한강대교를 건너지도 않았다.

서울의 승리를 필두로 대구, 인천, 충북 그리고 경기 등에서도 활보 투쟁이 이어졌으며 차례차례 승리를 거뒀고 과정에 있는 지역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이들만의 안위만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사는 450만 모든 장애인들을 위해 시설에 갇혀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지역사회에 살지만 갖가지 사회의 벽들로 인해 숨죽인 재가장애인들을 대신해 싸웠고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보건복지부도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또 6월30일엔 복지부 장관과 장애계 대표들이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3인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 3인이 마주앉아 활동보조인 제도와 관련해 논의할 협의기구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단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다 좋았다. 그런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들이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인들은 자기결정권이 없으니 활동보조인 파견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또 “18세 이상의 장애인들에게만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립생활의 원칙 중 하나는 ‘전 장애 영역의 포괄’이다. 지적으로 좀 모자란다고 그들이 자립생활을 못한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육체적 장애보다 환경적 장애가 더 크다고 우리들은 항상 주장해 왔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지적 장애인들에게도 적합한 환경이 조성 된다면 그들 역시 자립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그것은 우리들과 지적 장애인들과 그들의 부모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할 과제이지 모른다고 제외될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들이 과연 그런 말들을 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그들은 우리들이 시청 앞에서 필사의 투쟁을 전개할 때 뒷짐 지고 구경하고 있었다. 마치 잔칫상이 차려지니 주인처럼 차고 들어와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격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원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함께 참여한 장애인들만의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 또한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투쟁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의 권리를 대신한 투쟁이었다. 따라서 이번 투쟁의 성과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를 구성한 IL센터들에게 당부 드린다. 사업도 좋고 기득권도 좋지만 우리 원칙대로 좀 합시다.

‘전 장애 영역을 포괄한다.’

*이 글은 자립생활 활동가 박정혁씨가 보내오신 글입니다. 박씨는 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간사(2003~2005)로 일하고, 5·31지방선거에서 희망사회당 동대문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에서 ‘자립생활 부부 세상을 펼치다’ 연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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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는 자립생활지원 제도화(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와 관련한 각종 기고를 환영합니다. 정신지체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 서비스 전달체계와 관련한 글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립생활지원 제도화와 관련한 열띤 토론이 에이블뉴스를 통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참고로 에이블뉴스에 게재되는 모든 글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문의:02-792-7785 *보내주실곳: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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