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연수팀장 김덕윤씨.

2005년 가을 인천에서 개최된 「코리아컵 국제휠체어 테니스 대회」에서 처음 만난 대구의 J선수는 88년도에 교통사고로 척추 1, 2번 손상을 입은 뒤 휠체어에 의지하여 생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당일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차를 타던 중 바로 옆에서 이 친구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타고 그의 휠체어가 운전석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보이길래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내가 실어줄께"하고 옆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나는 나의 실수를 감지하게 되었다. "형님! 그건 재활이 안된 사람들에게 하실 얘기입니다"(J선수와 나는 전날 저녁을 먹으면서 한살 차이임을 확인하고 호형호제하기로 담합을 한 바 있다)라고 말하고 나서 그는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히더니 휠체어를 번쩍 집어들고는 뒷좌석에 싣는 것이 아닌가. 부담스럽게 단호하지 않으면서도 듣는 이에게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그의 멘트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장애인단체, 관련기관 등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 열풍이 아시아에서의 한류 열풍에 못지않을 정도로 대단한 것을 느낀다.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을 숙지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교육, 체험소재를 발굴하고 매뉴얼화 하는 등 특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있어 후진적이라는 우리나라 국민(비장애인)들을 계몽시키는데 목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자각과 운동,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나타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교육과 계몽운동이 어느 정도의 효율성이 있는지 방법적인 면에서 오류는 없는 지에 대해 점검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애당사자에 대한 에티켓 교육의 부재이다.

모든 장애인들이 서두에 언급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J군과 같은 태도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건, 근무장소에서건 주변인들에게 너무 쉽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것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인 것처럼 행동하는 장애인들을 보노라면 비장애인을 대하는 장애당사자 대상 에티켓 교육의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장애로 인해 할 수 없는 것은 장애가 있음에도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섰다는 무언의 약속,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스스로 장애를 고착화시키고 그것에 안주하기 보다 극복의 대상으로서 최선을 다한 이후에 손을 내밀어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마주잡는 두손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에티켓은 감동이다.

감동에 젖어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모든 장애인들이 J군과 같이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휠체어를 뒷좌석으로 집어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 또한 사실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물리적인, 정신적인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시설로 내팽겨 쳐진 장애인, 방치상태인 재가장애인, 힘들게 바깥 세상에 나온 장애인, 한계를 경험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고 있는 장애인,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더라도 최소한 불편한 삶을 사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시간에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연금이나 활동보조인과 같은 물리적이고 제도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비장애인의 실천하는 관심과 애정이 요구되고 있다. 에티켓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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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연수팀장 김덕윤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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