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내일회는 장애인생활시설 271개 신축을 재고해달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사진은 밝은내일회 소속 김보건 간사. <에이블뉴스>

양극화를 막고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노무현 대통령님. 참여정부가 중증장애인을 위해 2009년까지 271개의 장애인요양시설을 짓는다는 소식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해 이렇게 대통령님께 글을 드립니다.

중증장애인은 요양시설에 들어가야 할 환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 중증장애인을 환자로 보시고 요양시설을 지워주겠다고 하십니까? ‘희망한국21’에는 좋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긴급복지지원제도, 주거복지 등 정말 양극화를 막고자 하는 참여정부와 대통령님의 의지가 보였습니다.

치매·중풍·중증장애인 등을 위한 특별대책을 만들어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의 문제로 봐야지, 고령화문제와 같이 봐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모든 중증장애인이 요양입소대상이 아닙니다. 지체·뇌병변장애인의 대부분은 도우미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아서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일원으로 살기를 원합니다. 선진국에는 정신지체·자폐 장애인도 소규모 그룹홈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게 하는 탈시설화정책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대책으로 요양시설을 2009년까지 271개를 짓는다고 하셨는데 중증장애인이 그 요양시설을 거부하고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그 시설은 입소 장애인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곧바로 예산낭비가 되어 실패한 정책이 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중증장애인을 대변하는 장애인단체로서 대통령님께 감히 요구합니다.

1. 요양시설의 입소를 원하는 중증장애인 수요실태조사를 실시하십시오. 중증장애인들 중에는 요양시설에 입소를 원하는 장애인이 있기에 요양시설이 필요한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모든 중증장애인이 요양시설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양시설을 짓기 전에 요양시설에 입소를 원하는 장애인실태조사를 실시하십시오. 수요에 맞게 공급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2. 현재 장애인생활시설의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서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십시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중에는 평생 동안 시설에서 잠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외출 등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간섭받고 구속받으면서 사는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 장애인도 많습니다. 그리고 중증장애라는 이유로 평생 동안 시설에서 살아야한다는 그런 법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든지, 시설에서 살든 지는 그 장애인이 선택할 사항입니다. 이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설에 입소를 해서 생활하고 있으나 정말 지역사회로 나와서 지역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 무엇에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은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과 시스템을 만들어 주십시오. 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집과 생활비와 도우미나 활동보조인 등이 필요하므로 이것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십시오.

3.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살기를 원하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주십시오. 얼마 전 서울의 중증장애인들이 한강대교를 기어가면서 활동보조인제도화를 요구한 일이 있습니다. 언론에도 나왔기에 대통령님도 잘 아실 줄 압니다. 대통령님께서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주십시오. 지난해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서 전동휠체어 2천여대를 지원해주어 우리 중증장애인들에게 다리를 만들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는 활동보조인제도화를 통해서 우리 중증장애인들에게 손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 손으로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희망한국21’의 계획에 주거복지를 실현해 주십시오. 대구지역에 3월 달에 한 중증장애인이 죽은 지 10일 만에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죽은 사인은 알콜 섭취, 영양실조였는데 본 단체에서 진상조사를 해보니 그 장애인이 원룸에서 살았는데 월세를 20만원을 내었다고 하더군요. 정부보조금 장애인수당을 다 합해서 45만원 중에서 월세 20만원 내고 관리비, 공과금, 난방비 내고 나면 겨울에 단돈 10만원으로 생활을 했으리라 봅니다. 그 죽은 장애인이 살던 동네슈퍼에서는 그 장애인이 죽기 전에 슈퍼에서 사간 것은 라면과 소주와 음료수가 전부였다고 하였습니다.

4. 장애인복지시설의 비리를 근절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주십시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을 보면 국가보조금을 횡령하고 비리를 저지른 법인 이사장을 비롯한 운영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미약합니다. 장애인을 착취하고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이사장과 원장은 사회복지계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 주십시오.

대구에서는 아시아복지재단의 이사장이 재활원 쌀값 7천만원을 횡령했는데도 기소유예로 풀려났고 작년에는 법인재산을 담보로 104억을 담보대출을 했는데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지금도 이사장직을 맡고 있고 대구사회복지협의회 이사장, 청곡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직을 맡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와 대구시의 비호로 기능보강사업비 수백억의 특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생활시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계속 시설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시설의 비리와 잘못된 운영은 시설 장애인의 인권이 짓밟히는 결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노무현대통령님.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하루에 한 끼를 먹더라도 시설이 아닌 바깥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고 말한 장애인이 있습니다. 요양시설이 세끼식사를 해결해주고 생명의 지장이 없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동사할 걱정은 없겠지요. 그런데 범죄인을 격리하는 감옥과 큰 차이가 있을까요?

죄를 지어 사회와 격리하는 곳이 감옥입니다. 중증장애라는 것은 전염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혐오의 대상도 아닙니다. 환경오염·경제성장·교통문제 등에서 생겨난 국가와 사회가 안고 가야할 과제입니다. 국가에서 예산을 핑계로 하여 그 과제를 집단수용·방치로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님께서 지난해 치매·중풍·중증장애인을 위한 특별대책을 지시하셨습니다. 그 지시에 의해 보건복지부는 올해 62개의 요양시설을 짓고 있으며 2009년까지는 271개의 장애인요양시설을 짓는다고 합니다. 이 계획은 자칫 잘못하면 시설은 지었는데 장애인은 입소하지 않는 그런 현상이 생겨 엄청난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형예산을 들여서 하는 사업인 만큼 재검토바랍니다. 차라리 요양시설을 적게 짓고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도 살 수 있는 조그마한 집과 활동보조인, 난방비 등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통령님의 진실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과 참여정부가 중증장애인을 분리·수용하는 정책을 재검토하지 않고 계속 추진한다면 본 단체는 전국의 장애인단체와 연대하여 그 어떤 과격한 투쟁도 불사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지금까지 한 대통령님 고향 선선에서 부모님의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청와대에 차를 돌격한 것보다도 더한 그 무엇도 할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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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밝은내일회 회장 최창현씨와 회원 일동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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