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 모습. ⓒ정중규

지난 2월 20일 국회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초지방선거정당공천폐지대선공약이행촉구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 함께 했었다.

그날 야권은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2월 25일까지 대통령이 나서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였다.

20년이 되었지만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는 지방자치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함께 내세운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된 이래 이십년이 지났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방자치제는 여야의 당리당략적 정치놀음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정당들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과 중앙당직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하수인처럼 여겨지며 공천헌금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은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심각하게 예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정치를 정상화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정치권의 정치쇄신 의지의 발로였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지 않는 대신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겠다 하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대선공약 파기를 강력 비난하면서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유지할 것인가 고민하며 결정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 새정치연합만이 국민에게 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포기 약속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당공천 폐지는 기초지방선거 국한, 일부 장애인계의 반대 설득력 없어

거기에다 일부 장애인계에서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장애인들의 의회 진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들의 염려는 일면 근거가 있는 듯 보이지만, 우선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요구는 말 그대로 기초지방선거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 광역선거는 정당공천을 할 수 있고 비례대표를 확대하여 장애인들이 얼마든지 의회에 진출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주장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공약은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을 넘어, 실제적으로 장애인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기초단위인 시군구보다는 광역단위인 시도에 장애인당사자 의원들이 진출하는 것이 정책참여 측면은 물론 실질적인 정책적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측면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초지방선거 공천 폐지 여부와 관련 없이 장애인 비례대표는 확대되어야 한다. 의회의 전문성 확보와 다양한 민의의 반영을 위해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전문가들이 더 많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장애인 할당 확대, 가산점 제도나 여성명부제 같은 방식의 장애인명부제 실시 등 보완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이고, 광역의회 장애인 비례대표 확대 문제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연대해 공론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상향식 공천제 주장은 공약불이행 비난 모면 꼼수

결국 여야 정치권이 물리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위한 법안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고 공약불이행에 따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어떤 식으로 공천을 하든 정당공천제는 기초지방선거의 경우 국회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에 의해 조직이 장악 되어 있는 현실에서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고 여전히 그들에 의해 낙점되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국민들은 여야정치인들이 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이라는 꿀단지를 그토록 놓지 못하고 껴안고 있는지를 다 알고 있다.

공약이란 무엇인가? 국민을 향한 약속이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공약을 남발하고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표를 넣자마자 公約을 空約으로 만드는 구태가 거듭되고 있다.

민주당 정세전략실의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은 기초연금 공약 등 '파기' 9개,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월 20만 원 지급 등 '후퇴' 19개, 경제민주화 관련법 제정 등 '미이행' 31개 등 대부분의 대선공약을 헌신짝처럼 차버려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나라를 존립시키는 바탕은 믿음, 공약 이행으로 신뢰 회복해야

공자는 <논어> 안연(顔淵)편에서 제자 자공이 "정치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백성이 먹을 양식을 마련하고, 국방력을 갖추며, 백성의 신뢰를 쌓는 것이라(足食足兵民信之矣)"고 하였다. 자공이 "그 중 부득이 하나를 빼자면 무엇을 빼야하겠습니까?" 묻자 "국방력이다."하고,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리겠습니까?"하자 "먹을 양식이다."면서 "임금이 백성의 믿음을 잃는다면 그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라고 단언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 구절을 "백성이 윗사람을 믿는 마음이 없으면 무너져서 설 수 없고, 백성들이 서지 못하면 비록 군대가 있어도 환란을 막을 수 없고, 비록 먹을 것이 있어도 즐길 수 없다."고 풀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과제로 내세웠는데,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불신풍조가 만연한 비정상적 우리 사회를 정상화시키는 길이 다름 아닌 대국민 약속을 지켜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함을 명심하고,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라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반드시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글은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 행복포럼 대표, 대구대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인 정중규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