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로봇관 1층 모습. ⓒ이현미

주말을 맞아 친구와 여수엑스포를 다녀왔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국제적인 행사인지라 엑스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안내센터에서 엑스포장의 위치를 파악한 후 친구와 가장 사람이 많다는 아쿠아리움으로부터 시작하여 주제관과 해양베스트관을 들러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우리나라 대기업관을 들러보려고 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오후가 되자 사람들은 더욱 많아져 가는 곳곳이 사람들의 긴 행렬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유모차의 경우 선입장을 시켜주는 배려를 받게 되어 조금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시간씩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휠체어 수와 유모차는 더욱 많아져 선입장하는 사람들끼리도 몇십분씩 심지어 삼성관에서는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했습니다.

왜 이렇게 휠체어와 유모차가 많을까 싶었더니 글쎄 그 속에서도 얌체족들이 있었습니다. 전시관마다 사람들로 넘쳐나다보니 복지카드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이 바로 휠체어만 보고 선입장을 시켜 나이가 조금 드신 어르신이 있는 그룹들이 휠체어를 대여해서 그것을 이용해서 선입장을 하다보니, 한 전시관 앞에 휠체어가 10대도 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장하고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멀쩡히(?) 걸어서 전시관을 보는 경우도 몇몇 있었습니다. 또 유모차의 경우도 마찬가지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장애인으로 받는 혜택에만 관심이 있고 장애로 인한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장애로 받는 혜택이 없어도 비장애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 그사람들은 잘 모르나봅니다.

씁쓸한 마음은 들었지만 비장애인들은 더 많이 기다리는 미안함과 감사함에 관람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이 다가왔습니다. 대우조선로봇관을 갔을 때는 장애인 선입장도 되지 않아 예약한 사람들과의 긴줄을 서서 기다려야했습니다.

1전시관정도는 그동안의 배려에 감사하며 비장애인과 같이 줄을 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긴줄의 행렬속에서도 불평없이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로봇관을 입장한 후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로봇관은 1층과 2층으로 되어있었는데 1층에서는 별문제없이 관람했는데, 2층에 있는 로봇들의 축구경기를 하는 것을 관람하러 비장애인들은 2층으로 올라가는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저보고는 2층에 못올라간다고 1층에서 화면으로 관람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럴거면 왜 긴 줄에서 서서 기다리라고 했는지 그 문제까지 화가 났습니다.

여수엑스포는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그런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건물 접근성조차 지키지 않은 전시관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것도 대기업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관이 말이죠. 93년 대전엑스포에서도 장애인 접근성에 관련된 시설의 미비는 거의 기억이 없을 정도로 잘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20년 가까이 지난 2012년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되어 모든 사람들이 관람하는 것을 1층에서 혼자 스크린으로 보라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요. 대우로봇관을 끝으로 저녁이 되어 마지막으로 야외 빅오쇼를 보기 위해 열심히 휠체어를 달려 갔습니다.

빅오쇼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애인관람석은 커녕 어디로 가야하는지 조차 몰라서 허둥대면서 사람들의 인파에 밀려 올라간 곳은 2~3층 정도 높이의 야외 관람석 그 속에서도 사람들 틈에 끼어 겨우 맨 뒷자리를 잡았는데 앞의 사람들이 모두 서 있는 바람에 앞사람 머리만 처다보게 되었습니다.

같이 동행했던 친구가 손을 들어 카메라 속에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주어 그나마 조금은 볼수 있었고, 멀리 하늘위에 수놓은 불꽃들을 보면서 친구와 씁쓸히 엑스포에 대한 미련을 남기고 퇴장을 하였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는 또한번 화가 났습니다. 장애인 전용주차장이라고 했는데 장애인 마크가 없는 차들은 왜그리 많은지 100M 남짓 되는 장애인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30분 이상이나 걸렸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꺼라고 이해를 하려해도 국제적인 행사를 치루는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의 수준을 보는 것같아 마음이 아렸습니다.

친구의 카메라화면으로 본 빅오쇼 모습. ⓒ이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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