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국제중에 대한 논란은 국제중설립으로 일단락됐다. 영어열풍이 한 두해 일은 아니건만 우리 삶에서 영어의 비중이 점점 비대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물론 세계화시대에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 지,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영어가 얼마나 유용한 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 미취학아동부터 주부, 노인들까지도 너나할것 없이 그 무엇보다 더 영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영어때문에 웃고 영어때문에 괴로워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공허한 기분이 든단말이다.

고개를 한 번 둘러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가 영어말고 또 다른 게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이 언어는 나눔의 언어이고, 기분 좋아지는 언어이다. 또한 우리가 종종 쓰는 손짓과도 비슷해 영어보다 훨씬 배우기 쉽다. 그렇다. 바로 수화이다.

2007년 12월 기준에 의하면 전국에 등록장애인이 210만4천여명, 이 중 10.3%인 21만8천여명이 청각·언어장애인이다. 우리나라 인구 4천7백만여명 중 0.4%이다. 만명중의 청각장애인은 40명, 등록되지 않은 이들까지 감안하며 훨씬 많다.

말을 하지 않으면 비장애인과 별다를 바 없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가 식사하러 간 식당의 옆 테이블에서, 목욕탕에서, 극장에서, 주유소에서, 공원에서 청각장애인들은 항상 있다. 식당에서 우리가 주문받는 이가, 목욕탕에서 때밀기를 부탁하는 이가, 주유소에서 기름 넣어달라는 이가, 거리에서 길을 물어오는 이가, 강의실에서의 함께 수강하는 이가 청각장애인일 수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수화를 능숙하게 할 만큼 시간도 열정도 없을 것이다. 단지 기본적인 수화 몇가지만 알더라도, 수화를 배움으로써 청각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만으로도 그마저 어려우면 청각장애인에 대한 에티켓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 옆에 있는 청각장애인과 교류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몇가지 에티켓!!

혹시 거리를 거닐다 누군가 말도 걸기전에 주춤해하며 핸드폰이나 수첩을 꺼내려한다면 청각장애인이 핸드폰 문자나 수첩을 이용해 필답을 나누어 길을 물으려 하는 것이니 지레 짐작하여 피하거나 무시하지 말아라.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면 접수대에서 그냥 부르지 말고 직접 가서 말해주기 바란다. 주유소에서 손짓으로 5를 가리킨다면 5만원 넣어달라고 하는 것이니 자꾸 채근하여 물어보지 말고 여유있게 마음을 열고 얼굴표정과 손짓을 읽어주길 바란다.

또한 수화를 배우고 하는 분은 가까운 수화통역센터, 농아인협회, 또는 지역단체, 교회 등에서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 재활상담팀 박선영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을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연락을 주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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