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소수자(minority)로 살아간다는 것은 소외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고 소수자로 분류된다는 점이 더 견디기 힘들다.

성 소수자, 장애인, 종교 소수자, 다문화 등 명목을 갖다 붙이기 나름인 집단들을 우리는 소수자로 치부해버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지워버린다.

나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거나 자신들의 마음속에서 나를 소수자로 정해 버릴지도 모른다.

‘역경을 극복하고’, ‘장애를 앓았지만’ 등 이러한 말은 대부분의 장애인의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지 사회는 나의 노력을 역경을 극복한 영웅으로 만들어 버리고 일상을 ‘도전’으로 만들어버리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

장애는 질병처럼 앓는 것도 아니고 극복의 존재도 될 수 없다. 나는 그냥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뿐 ‘할 수 없는 사람’(disabled people)이 아니다. ‘다르게 해낼 수 있는 사람’(differently abled people)일 뿐이다.

가끔 기사를 보면 두 다리가 없는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의 여름휴가 사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키니 자태’라는 제목이, 비장애인 여성과 장애인 남성의 커플 이야기에는 ‘장애를 극복한 사랑’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렇듯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우리의 성취와 노력을 장애인으로서의 성취라고 본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소수자가 아닌 최소한의 협력과 공존이 보장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수없이 겪어왔던 문제와 답답한 일상에 숨을 트여줄 바람을 넣고자 이 글을 쓴다.

또한 우리의 진정한 가치와 성취를 바르게 바라봐주는 세상에 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극복하고’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이러한 수식어를 바르게 바꾸고자 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그렇게 큰 꿈이 아니다.

*이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송채원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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