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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노릇도 못하는 발달장애인 부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0-07 13:28:32
얼마 전 고향에 계신 금년 101세 엄마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저녁에 고향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갑자기 위독해 창원 대학 병원으로 이송 중이니 내려오셔야겠습니다.’

연세가 연세니 만큼 언제 돌아가실지 항상 긴장하고 있었지만, 불혹에 가까운 1급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70대 필자는 장례에 앞서 아들을 데리고 상주, 그것도 맏상주 노릇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아내한테 짐을 챙기라고 하고 나는 아들 돌봄을 의뢰할 수 있는 시설 찾기에 돌입했는데, 3년 전 장모가 돌아가셨을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 전신에 식은땀부터 흐르기 시작했다.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아들이 이용하는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원장으로 재임 중이었는데, 오후 1시쯤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다. 초기 치매환자로 집 근처 요양원에 있었는데, 요양원에서 장모가 위독하다고 빨리 오라고 해서 처남과 처형이 함께 가자마자 임종했고, 가까운 대림역 부근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처남들이 옮기고 있다고 했다.

마침 센터에서 가까워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처남들과 장례 준비를 마치고, 아내와 나는 아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내는 집에 가 아들 옷가지를 챙겨두라고 하고, 나는 센터로 가서 단기 거주시설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구에는 단기거주시설이 없어 가까운 단기거주시설에 전화를 해 서울시장애인소규모복지시설협회 같은 회원인 원장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아들을 3일만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하나같이 정원 초과로 빈자리가 없어 안 된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을 차례로 두드렸지만 대답은 똑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주간보호시설과 단기거주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소규모복지시설협회 회장한테 전화를 했지만, 역시 단칼에 ‘안 된다’라며 긴급 돌봄 센터로 전화하란다.

멀리 있는 긴급 돌봄 시설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아 가능하면 가장 가까운 시설에 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고, 결국 긴급 돌봄 시설에 전화했더니 데리고 오라고 했다.

부랴부랴 집에 가 아들을 데리고 긴급 돌봄 센터로 가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체했는지 이미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두 시간 가까이 걸려 아들을 데려다 주고 이미 러시아워로 반 주차장이 되다시피 한 도로를 헤치고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9시가 훨씬 지나있고, 연락을 받고 문상 왔다가 돌아간 지인도 있고, 센터 이용자 부모들이 나를 기다리다 ‘원장님은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라며 많이 기다렸다는 듯 질책을 했다.

장모님 운명 후 장장 8시간의 사정을 얘기했더니 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원장님이 그럴진데 우리네가 부모 상을 당하면 어떻게 장례를 치르겠느냐?’라며 한탄이다. 그래, 현장에서 시설장을 하는 내가 이런 고통을 겪는데 여느 장애인 부모들은 어떤 고통이 따르겠나.

그중 몇 개월 전에 시아버지 상을 치른 엄마가 입에 거품을 물며 하는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나도 사정을 알고 있던 일이지만, 그분도 당장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아들을 보호 의뢰할 시설을 인터넷에서 찾아 전화했지만, 하나같이 빈자리가 없어 안 된다는 대답만 들었고, 몇 시간을 헤매다 서울시청에 전화해 시설 좀 소개해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자기들도 방법이 없다는 말에 심한 말을 퍼부었다고 했다.

결국 남편이 장남이고 큰아들은 장손이었지만, 큰아들은 장례식장에 있다가 동생이 센터에서 돌아오면 집에 와서 동생 밥도 챙기고,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에 센터 차량이 가면 태워주고 다시 장례식장에 가서 자리를 지키며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당시의 악몽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아들을 맡길 시설을 찾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 아예 받아주지도 않을 다른 시설은 무시하고 3년 전에 아들을 보냈던 긴급 돌봄 시설에 전화했더니, 어랍쇼, 단칼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지금은 긴급 돌봄 서비스를 하지 않아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실낱같은 기대를 했건만 기대가 무참히 깨지는 순간, 아들을 데리고 가도 아내는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하고 동생 집에서 아들을 돌봐야 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친인척들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들을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두 시간쯤 지나서 다시 동생한테 걸려 온 전화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였고, 동생은 아들 걱정에 조카는 어떻게 하느냐고 먼저 물었다.

맡길 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간다는 말에 어이 없어 하면서 그렇잖아도 다른 동생들과 의논했는데, 조카를 잘 아는 동생들은 조카를 데리고 와서 상주 노릇도 못하는데 어쩌자고 데리고 오느냐 라며, 우리가 이해하니 아내는 오지 말고 아들 돌보라는 게 아닌가.

동생들의 배려에 눈물이 났다. 비록 장례식장에 온 친지, 친구들이,

‘네 부인은 왜 안 보이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으면서 적당히 잠깐 자리를 비웠나 보다라며 위기를 모면하며, 긴 4일장을 마칠 수 있었다.

맏상주 체면이 말이 아니었고, 물론 엄마도 손자 사정을 잘 알고 항상 안타까워하셨지만, 마지막까지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상주 노릇도 못하는 발달장애인 부모, 이게 현실인데도 공무원, 정치인들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걸 알고나 있고 관심이나 있나? 당신들이 이런 상황이라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것인가? 어디 대답 좀 해 봐라!

이건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중증 뇌 병변, 중증장애인 부모들이 공통으로 겪는 고통이다. 아무리 우리들에게 무관심하다지만 최소한 장애인 부모들이 부모 장례라도 마음 편하게 치를 수 있게,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 더 이상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해 달라.

간절히 부탁한다.

단기거주시설은 장애인 부모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상을 당하거나 긴급 상황 발생 시 이용할 수 있게 1박에서 29박까지 이용할 수 있게 운영하는 시설인데, 지금 모든 단기거주시설이 붙박이 이용자들이 몇 년씩 영구 거주하다시피 하며, 주중에는 시설에서, 주말에는 부모가 데리고 가는 편법 운영하는데도 주무관청에서는 묵인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막상 긴급 상황 발생 시 다른 부모들의 이용은 원천차단 되고 있고, 또 기존 이용자 외에 갑자기 단기거주시설 이용 상황이 발생한 부모들이 며칠 이용을 요청할 때, 아무리 인원이 많아도 한 명쯤 며칠 돌봐 줄 수 없나? 장애인 이용시설은 당사자와 부모들을 위한 시설인데 주객이 전도돼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긴급 상황 발생을 대비한 시설인데 주말에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가? 지금 대부분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단기거주시설 존재도 알지 못하고 있고, 긴급 돌봄 서비스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왜 주민센터를 통해 이를 홍보하지도 않고, 홍보할 생각조차 않는가?

편법 운영을 즉각 시정하고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부모들이 긴급 상황 발생 시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게 원칙 있는 운영하라.

긴급 돌봄 서비스 시설로 지정돼 인원과 예산을 추가 지원받아 운영하던 단기거주시설이 왜 갑자기 긴급 돌봄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는지 당국은 그 이유를 설명해 보라.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다시는 상주 노릇도 못하는 장애인 부모가 없도록 조치하기를 간절히 청원한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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