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제정기획부장관과의 첫 면담이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에 따르면 면담은 오후 3시 40분부터 4시까지 약 20분 동안 서울 종로에 있는 은행회관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2조 6천억 원을 네년 예산안에 반영해달라고 추 장관에게 전달했고, 추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한해 예산은 국방, 교육 등 어려 분야에 필요한 예산들을 검토해서 짜야 하는데 어떻게 장애인권리예산만 반영하고, 국회나 지방단체 그리고 다른 정부 부처들도 있는데 기재부에게만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앞으로 닥쳐올 경제 위기를 대비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하는데 방해 되게 기습시위를 했다고 전장연 대표단에 불쾌하다는 말을 남기고 면담장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고 한다.

전장연 대표단은 휠체어도 겨우 밀면서 면담장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두 차례 있었던 박경 전장연 상임대표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토론회 한 장면이 생각났다.

두 차례 토론회에서 박경석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거의 모든 사항에서 반대되는 의견으로 논쟁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예산에 대해서는 똑같은 목소리로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장애인복지예산 비율이 창피한 수준으로 장애인들만을 위한 예산이 꼭 증액되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이준석 대표의 그 말을 듣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세계 꼴찌수준인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예산이 내년에는 대폭 인상되어 장애인들의 생활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예산은 전체 한해 예산의 0.6%이다. 이는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2.2%인 장애인복지예산의 1/4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장애인복지예산 수준과 비슷하다.

경제 규모에서는 세계 7, 8위로 선진국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장애인복지에서는 후진국에서도 벗어났지 못하는 이유도 다 예산 문제에 있다. 따라서 여당 대표가 장애인복지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필자는 이번에는 장애인권리예산이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한해 예산을 세우는 기재부 수장인 추 장관이 전장연과 첫 면담에서 보인 태도를 보면, 장애인권리예산의 내년 예산안 반영은 물 건너간 것으로 생각된다. 추 장관이 이런 태도를 보이자 전장연은 내달 1일부터 지하철 4호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이런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가리켜 다수의 시민들을 볼모로 삼은 비문명적인 투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기초적인 이동권도 완전히 보장해 주지 못하는 세계 꼴찌인 장애인복지예산을 증액해 달라고 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은 후진적인 장애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추 장관과 같은 우리나라 위정자들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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