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욕쟁이 할멈이 되지 않게 하소서!'.ⓒ방귀희

벌써 12월이다. 요즘 부쩍 장례식장 조문이 많았다. 보통 90세를 넘긴 호상이다. 90년 넘게 살아야 하는 장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년에 나타나는 성향이다. 장례식장에 가서 들은 얘기다.

“야, 나는 우리 엄마가 그렇게 욕을 잘하는 사람인지 몰랐어. 하루 종일 욕이야.”

그분은 우리 나라 전형적인 어머니이셨다. 큰소리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셨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치매 증상이 생기면서 큰소리로 욕을 하시고, 폭력성을 띄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 구상선생기념사업회 관련 장례식장에 갔다가 구상선생님 따님이신 구자명선생님을 뵙고, 이모님 안부를 여쭈었다. 구상선생님 댁에 가면 늘 반겨주던 분이 이모님이신데 95세가 되신 이모님은 현재 요양원에 계시어 뵙지 못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이모님은 10분에 한번씩 칭찬을 하세요.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 요양원에서도 인기 만점이죠”

그 이모님은 10분에 한번씩 칭찬을 하실 분이다. 나에게도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몸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불편한 몸을 갖고 애쓰시니 어찌 돕지 않겠어요. 솟대문학은 정말 귀한 문학이지요.”

이모님은 92세인 2018년 서영자 첫 동화집 <우리집 털부기>를 출간하시어 시니어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셨었는데 지금도 동화 속에 사시는 듯 하다.

단기기억장애로 10분에 한번씩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이지만 그것이 칭찬과 덕담이라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모님은 칭찬과 덕담을 할 때 늘 미소를 지으시는데 지금도 이모님은 천사같은 모습이실 것이다.

나는 어떻게 늙어갈까?

‘부디 욕쟁이 할멈이 되지 않게 하소서!’

*이 글은 57년생 장애문인 방귀희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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