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형 휠체어.ⓒ일본 닛신 홈페이지 캡쳐

생각해보면 나도 참 옛날 사람이다. 휠체어를 처음 구입한 것은 중학교 때 였지만 그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교실이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였다. 옆 짝꿍과 책상을 같이 사용하는 구조여서 딱딱한 의지에 앉아서 8시간 이상의 수업을 받았다. 등교하기 전에 내가 한 일은 물안먹기 등으로 화장실에 가지 않고 학교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었다.

휠체어를 내 몸처럼 사용하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다. 과목에 따라 이리 저리 강의실을 옮겨다니면서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휠체어로 이동을 하니 업혀서 이동을 할 때보다 훨씬 자존감이 높아졌다.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다 짧지만 공직 생활을 하면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뒤에서 밀어주는 휠체어가 아니라 내 자유의지대로 이동하며 옆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자 내가 걷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손을 사용하는 장애인 친구들이 바닥에서 휠체어로 날렵하게 올라타는 것이 나는 가장 부러웠다. 나는 휠체어로 옮겨 앉으려면 누군가의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하강형 휠체어(하강휠)이다. 내림버튼을 누르면 바닥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앉은 상태로 휠체어에 올라탄 후 오름버튼을 눌러 휠체어 높이를 조절한다.

이 하강휠은 일본에서 열린 보장구 박람회에 전시된 것을 구입해서 16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 부품이 없어서 고장이 나면 수리가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어느날 갑자기 멈춰버릴 하강휠 때문에 고민이다.

노년기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에 이제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하강휠인데 우리 나라 보장구는 고객의 욕구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수입해서 공급을 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꼭 필요한 보장구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우리 나라 장애인복지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맞춤형 서비스가 실시되어야 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휠체어 외에 스탠드형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도 있고, 하강휠이 필요한 장애인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슬기로운 장애인 노년기 생활을 위해 하강휠이 필요해!

*이 글은 57년생 장애문인 방귀희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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