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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공라도 신부의 아름다운 마침표

장애인, 한센인 위해 반평생 헌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2-21 16:07:22
독일 출신의 콘라드 피셔(Konrad Fisher, 한국명 공라도) 신부. 20대 파릇한 청년의 모습으로 한국 땅을 밟았던 그는 반평생을 한국에서 살며 장애인, 한센인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일생을 바쳤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의 후원자였으며, 본회 이사직을 역임하여 뇌성마비인들의 치료와 복지 사업에 힘썼던 공라도 신부는 2018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 믿었던 사람. 그를 추모하며 2020년, 독일수도회재단은 공라도 신부의 유산 전액을 본회에 기부하였다. 그것은 삶으로 사랑을 실천했던 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였다.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의 손을 잡고 반평생

1960년 신학대학을 갓 졸업한 독일의 한 청년은 선교지로 한국을 택했다. 다시는 모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과 함께. 그 당찬 결심은 현실이 되었다. 1964년 한국에 첫 발을 디딘 후 공라도 신부는 사회가 외면한 사람들의 손을 잡고 세상의 장벽을 뛰어넘는 데 온 삶을 바쳤다.

‘한센인의 대부, 한센인 정착촌의 기적’.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들이 그가 살아온 삶을 말해준다. 1968년 한센병 환자 복지단체인 ‘독일구라협회’의 한국지부장을 맡은 공라도 신부는 한센인들의 아픔을 깊이 체감하여 전국 39개의 한센인 정착촌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 사업을 벌였다.

전기와 수도 등 생존에 필요한 기초시설 확충과 한센인 자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에 특히 열을 올렸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 평범한 일상을 돌려주기 위함이었다. 부족한 자금은 독일에 있는 신부들에게서 도움을 받았고, 그마저도 부족하면 자신의 월급을 내놓기 일쑤였다.

이후 그의 시선은 누구도 손 잡아주지 않는 사회의 소외계층에게로 더욱 집중되었다. 전국을 누비며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오지마을의 장애인 시설을 찾아 치료 지원과 봉사를 이어갔고, 불치병과 싸우는 환자들을 수시로 방문하며 치료비 지원 및 정서적인 지원에 힘을 쏟았다.

1970년부터 10년간 수원교구 지동본당 초대 주임을 지내면서도 복지사업을 위한 헌신은 멈추지 않았다. 한센인 구호사업은 물론 교도소 교정지원사업, 장애인 사회재활사업에도 깊이 공헌하였다.

30여 년간 뇌성마비인의 복지와 치료 사업에 헌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가 희망을 전하던 그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뇌성마비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그는 지인으로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의 설립 취지와 사업, 열악한 재정사정을 듣고 상당액의 후원금을 기부하며 평생회원이 되었다.

이후 1987년,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의 이사직을 역임하며 뇌성마비인들이 행복한 삶을 열어갈 수 있도록 재활복지사업과 인식개선사업 등에 적극 동참하였다.

특히 공라도 신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뇌성마비 아동의 수술비 지원에 힘썼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뇌성마비아동 19명의 수술비를 지원하였으며, 독일 신부들과 지인들에게 후원금을 받아 여러 명의 치료를 함께 도왔다.

30여 년간 공라도 신부의 지원으로 수술 및 재활치료를 받은 뇌성마비인은 300명이 넘었고, 동시에 여러 명을 지원했기 때문에 전체 수혜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사회적 인식과 재원의 부족으로 뇌성마비인의 재활복지 사업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는 더 많은 이들이 후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장애인을 직접 찾아가 생활비 및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돕는 것은 그의 일상이자 숙명이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 신부는 1998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소외된 이웃을 향한 아름다운 발걸음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졌다. 2020년 10월, 공 신부가 남긴 유산 전액은 독일수도회재단을 통해 본회에 기부되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소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나눔과 헌신으로 가득했던 그의 삶을 통해 누군가는 희망을 얻었고 누군가는 더 나은 삶을 찾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삶을 살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꿨던 공라도 신부. 조국인 독일을 떠나 타국인 한국에서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던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이 글은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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