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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 장애인으로 살아가기-②

무병추정 원칙의 병무청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9-16 13:21:02
나는 정신질환자이자, 법외 장애인이다. 심지어 광화문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서명을 하기도 했었다. ‘비장애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병원을 내원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와 그래도 곧잘 자기 인생을 살고있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으므로 당연히 병원을 찾아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온실과 다름없었고, 나의 문제는 곧바로 지적되기 시작한다. 몇가지 일이 계기가 되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지 벌써 5년 차이다. 5년동안 겪은 일들과 혹여 다른 청춘들도 이렇게 괴로워하는지 몰라 모처럼 키보드를 잡았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사람들은(지금은 아마 3일 것이다) 만 19세가 되는 해에 병역의 의무를 질 수 있는지 심사를 받는다. 당연히 나도 그랬다. 푹 찌는 한여름의 길목에서 고등학교 동창 여럿과 가서는, 입고 싶지 않게 생긴 옷들로 갈아입고서 심리검사 비슷한 것을 pc로 시행했다.

끝난 뒤 두어 명 불려 나가는 걸 보고 나는 다음검 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뻔한 과정을 끝냈고, 각 과 전공의를 순회하는 길에 의사에게 사정을 말했다. 1년에 한 번 재검을 받으라고 했다. 두 번의 재검 끝에 전혀 엉뚱한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는 신체등위 4급을 받고 병무청을 나왔다. 두 번의 재검 과정에서도 비슷한 현장을 목격했지만, 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군인 신분으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처지였지만, 병역의 의무는 내가 원할 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원래 복무하려던 시기에 비해 7개월쯤 늦게 나는 복무를 시작했다.

복무기간 중엔 탈수증상을 비롯해서 여러가지로 힘들기는 했지만, 주변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잘 나왔다. 우울증 자가검사지를 받았지만, 쓰지 않았다. 그 시간에 나는 의무대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막급하다. 그 때 검사지 써서 낼걸. 그 검사지를 냈으면 바로 집으로 가서 치료라도 시작했겠지.

결국 병무청도, 훈련소도,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 훈련소는 내가 검사지를 안 냈으니 몰랐을 수밖에 없다지만, 나름대로 삶을 비추어봤을 때 다른 임상심리사들이 문제를 잡아낸 것에 비해, 병무청은 최대한의 병역수행을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으므로 마구잡이로 집어넣은 현역입영 대상자들이 군입대를 하게 되며 군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마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무병추정(無病推定)의 원칙(原則)’이라 부른다. 그리고 병무청의 무병추정의 원칙으로 군조직에 우겨 넣어진 많은 사람들은 국방부가 감당을 못하고 결국 전역을 시키고 만다. 이 과정은 ‘현역복무부적합 심사’라고 한다. 이와 같은 ‘현역복무부적합’으로 인한 전역자 수는 2018년에는 6.118명이었다. 이러한 현역복무부적합 전역자의 대부분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적응 곤란’으로 인한 것이었다.

물론, 징병제 하의 군조직은 원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이니 ‘적응 곤란’으로 전역할 가능성을 두고 현역입영을 반려하는 것은 병역 면탈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내가 짐작한 병무청의 생각이다.

하지만, 온전히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의 말은 다르다. 보통 징병제 하의 군 복무자에게서 이러한 답변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누가 봐도 군복무가 어려워 보이는 사람을 데려오는 탓에 온 부대가 고생을 한다.”

당연히 이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비효율과 고통에 대해서는 병무청이 책임지지 않는다. 병무청은 그저 군의 인력 소요에 맞추어 병력을 조달하는 일을 지상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하다못해 달걀도 흠이 있으면 팔 수 없는 게 현대사회인데, 개인이 군복무에 적응할 가능성과 건강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입대 영장만 발급해주는 병무청은 닭똥만큼도 쓸모가 없다.

*이 글은 정신질환 당사자가 보내온 기고문으로 '잘린 무지개'란 필명으로 게재 합니다. '잘린 무지개'의 의미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정신질환의 스펙트럼을 편의에 따라 재단하는 사회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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