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자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자녀 장애재판정 탈락 '날벼락'" 기사를 읽고 장애인 부모로서 대한민국 장애인 부모들의 고통 강도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장애인 복지가 역주행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를 넘어 허탈하다.

먼저 '장애판정'이나 장애재판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연금공단을 위한 것인가? 보건복지부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장애판정 위원들을 위한 것인가?

장애인 복지에 대한 작금의 당국 행위는 재판정을 빌미로 장애판정을 까다롭게해 등급 하향 조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줄이거나 등급을 하향 조정해 복지를 축소시킬까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재의 칼을 휘두르는 듯하다.

이미 장애인연금 지급을 빌미로 재판정을 통해 특히 뇌병변과 중증장애인들의 등급을 하향 조정해 그동안 받았던 각종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돼 많은 장애인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며 눈물로 호소해도 달라진 게 없음이 이를 증명한다.

필자의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으로 벌써 불혹을 향해가고 있지만 당국은 탈시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만 관심을 가지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고, 특히 70대 이상 부모들이 경제적, 육체적 노쇠현상으로 돌보기 벅찬 재가 고령 장애인 문제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어 부모들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필자는 최근 어린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과 인터넷을 통해 교류하고 있는데, 특히 장애판정과 재판정에 불만이 많다.

어느 부모는 자녀가 2015년에 자폐장애 판정을 받았고 5년 후인 금년에 재판정 기간이라 서류를 제출했다. 전문의사의 검사로 검사비 20만 원과 진단서 발급비 4만 5000원 등 24만 5000 원의 거액을 들여 어렵게 재판정 신청을 했으나, 국민연금공단에서 자료보완 요청으로 다음과 같이 통보 받았다고 한다.

"'장애 정도 심사규정'에 따라 장애심사는 심사용 진단서, 진료기록지, 장애상태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또한 '장애정도 판정기준' 상 자폐성 장애는 '국제질병분류표(ICD-10)의 진단 지침에 따라 F84 전반성 발달장애(자폐성)로 진단받은 경우에 한하여 판정합니다.

최근 1년 동안 병원, 복지관 등에서 진료 및 치료기록지(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심리치료 등), 투약기록지(투약명, 투약용량, 투약 일수 기재 된) 있는 경우 제출 바랍니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전문병원은 대기자가 많아 이용이나 치료 차례가 언제일지 기약도 없는데 무슨 치료기록지를 요구하고, 발달장애인은 치료 효과도 없는데 빚을 내서라도 병원 치료와 투약을 강제하란 것인가? 약이라면 정신과에서 난폭한 행동을 제어하는 행동수정약이라는 거 이외에 무슨 치료약이 있는지 알려주고 약 복용으로 발달장애가 치료되나?

정신과 전문 의사의 진단서에 의존하는 장애판정에 또 무엇이 필요하며, 국민연금공단과 장애판정 위원들은 장애판정 진단에 거액을 지출하고 재판정에 24만 5000원이라는 부모들의 피와 땀이 묻은 거액을 지출하는 현실을 알고나 있나? 당국에서 검사비를 지원이라도 했는가?

이 기회에 장애판정과 재판정 비용을 당국에서 적정하게 조정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 병원과 의사만 배불리는 검사 비용은 지나치게 고가라 부모들 등골 휘게 한다.

장애재판정 시기도 개인에 따라 3년, 5년, 9년 등 제각각인데, 이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부모들에게 알린 적이 있는가? 필자는 30년 가까이 장애인 복지현장에 있어도 그 근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부모는 등급외판정 기사를 보고, '정말 좋은 나라네요.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장애를 없애주니 말입니다'라는 자조 섞인 소감을 밝혔는데, 이 분은 중증장애인 자녀의 장애를 조금이나마 극복시키기 위해 지방에 거주하면서 서울을 비롯해 전국을 유랑하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매달려도 장애는 극복되지 않고, 전국을 유랑하는 이유는 지방에는 치료기관도 없고 대도시에서도 일정 치료기간이 지나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의 재활치료 현실을 알기나 하고 진료나 치료기록지를 요구하고 무조건 1년 동안 치료를 받으라고 강요하는 지 모르겠다.

도대체 국민연금공단 장애판정위원들은 어떤 분들인지 신상을 전부 밝혀서 당사자와 부모들이 판정을 신뢰할 수 있는 분들인지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또 전문성을 가진 당사자나 부모가 위원에 포함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포함하라.

또 장애재판정심사 때는 반드시 본인과 부모를 출석시켜 판정위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 될 수 있으며, 전문의의 진단에 의존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어차피 의사의 소견이 절대적임에도 당사자의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등급외판정'을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판정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발달장애인(지적, 자폐성)이 장애를 극복해 비장애인이 된 사례가 지구촌 어느 나라에서 있었는가? 있었다면 사례를 공개하라.

당국에 묻고 싶다. 어차피 발달장애인은 등급제 폐지 이후 1, 2, 3급이 없어지고 '심한장애'로 통일됐는데, 한 번 판정으로 끝내지 재판정을 왜 하는가? 1급이 장애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해도 2급이나 3급 판정이 나면 '심한장애' 아닌가? 차라리 발달장애인도 4, 5, 6급인 '심하지 않은 장애'를 신설하든가.

장애판정 이대로는 안 된다. 부모와 당사자들에게 불필요한 재정부담을 강요하고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현행제도는 폐지 내지 대폭 개정 완화해야 한다. 장애판정과 재판정으로 인한 당사자와 부모들의 고통은 여기서 끝내라. 등급외판정 받은 발달장애인은 갈 길이 구만리인 인생이 걸린 문제다. 등급외 판정을 즉각 취소하라.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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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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