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맞춤훈련센터 김연심 센터장.ⓒ경기맞춤훈련센터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발생한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텔레비전 앞에 자주 앉게 되는데, 전과 달리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질병관리본부에서 정은경 본부장 등 관련자들이 일일브리핑을 할 때면 항상 바로 옆자리에서 열심히 수어통역을 하고 있는 한국수어 통역사가 보이는데 바로 그 장면이다.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방역시스템이 전 세계의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것과 궤를 함께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선도적이고 전문적인 열린 의식이 한국수어 통역사를 채용하여 장애인들의 평등한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까지 연결된 것이라고 믿기에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더 상승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수어 통역사 옆에서 열심히 브리핑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보이고 두 사람을 비추던 카메라가 갑자기 정은경 본부장만 클로즈업하여 계속 방송하는 거였다. 못마땅한 마음에 다른 채널로 돌렸다.

그곳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또 다른 채널로 돌렸다. 그곳에서는 카메라가 두 사람 모두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청각장애인도 아니고 수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통역사가 통역해 주는 그 방송을 시청하였다. 통역사는 비추지 않고 정은경 본부장만 비추는 카메라맨, 그리고 관련 방송사의 의식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사의 사례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농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을 저해함으로써 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난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함께 대한민국의 공용어로 지정되었다.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가 된 것이다.

이 법에는 ‘농인과 한국수화언어 사용자는 한국수어 사용을 이유로 모든 생활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들의 알 권리와 수어 사용의 활성화를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사회 전반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다 같이 행복한 대한민국은 일부 몇 명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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