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의 여러 기사를 검색하던 중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이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의견을 표명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늘 반복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익숙할 기사이므로 긴 인용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짚어 본다.

즉, ‘장애인단체 대표 등 진정인 들은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정치권에는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 장애인이 많이 있다”, “그 말을 한 사람을 정신 장애인이라고 말 한다”, “정신병 환자가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 “신체장애인보다 못한 더 한심한”이라며 장애인을 빗대어 상대방을 비하하고,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XX 같은 게”라는 욕설을 사용한 것은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라며 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우선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표명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혐오·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관심과 주의를 촉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만든 것을 적극 지지하지만, 왜 보다 강한 시정권고나 처벌은 않는가?

한국 정부가 2008년 12월 국회에서 ‘유엔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이행하기로 한 것을 완전히 망각했거나, 소위 의원 나리들은 ‘무엇을 비준하는지도 모르고’ 무식하게 비준에 동의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데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인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이렇다면 일반 대중은 어떠할까? 국회의원들은 과거 장애인을 더욱 심한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리던 여러 입법을 개정해야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우리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결국 우리는 인권의 문제나 장애 인식 개선 등에 관해 ‘말만 무성할 뿐’실천의 의지는 없으니 어떤 변화를 기대해 보겠나?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는 신성하며, 예산책정, 대중매체, 지역사회 교육 등에서 폄하되거나 손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유엔에서 국가보고서를 심의하다보면, 소위 국가를 대표하는 장관들과 고위 관리들마저도 권리협약에 대해서 무지했던 대표들이 너무 많았던 기억이 있다. 오죽 했으면 유엔 권리위원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을 포함한 유엔권리 협약에 관한 교육 자료를 만들었을까?

필자는 다행히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심지어는 일본 의회에서도 이 자료를 기반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회는 고사하고 권리 협약 이행의 ‘콘트롤 타워’ 라고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로 부터도 전혀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다행히 젊은 법관들의 주선으로 대법원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지만...

유엔위원으로 활동 하던 때 국가보고서 심의 과정에서 제8조 장애인식 개선에 이르면,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사실들을 발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소련의 언어 문화권에 속하던 사회주의 국가들,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 중동의 -투르쿠 메니스탄, 몽골, 아제르바이잔,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등은 거의 동일하게, 장애인에 대한 비 하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 많아 지적을 당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수학교 설립을 애걸하는 장애 아동의 부모가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빌게 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유엔 협약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한국도 유엔 위원회로부터 아래와 같은 최종 권고문을 받아야 했다.

“본 “위원회는 대한민국이 인권의 주체로서 장애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대하기 위해 인식제고 캠페인을 강화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협약의 내용과 목적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일반 대중들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라고.

우리의 장애인 인식 수준이 구소련 권에 속했던 동 구라파의 나라들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 유엔 권리위원회에 제출한 2.3차 병합 국가보고서는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장애인식 개선교육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무교육대상기관의 교육 이행 률은 저조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교육의 내실화와 교육이행률 제고를 위하여 장애인식 개선교육 중장기 로드맵 및 발전방안 연구(2018년)를 통해 장애인식개선 지표개발, 표준교육과정 개발 및 평가, 강사양성시스템, 교육 모니터링 제도화, 민간부문 대상 인식개선교육 확대방안 등 장애인식개선 교육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라고.. 의무교육대상기관에 국회도, 법무부도 모두 포함되었으면 한다.

장애인식의 개선은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특수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그러한 욕구 충족을 위한 충분한 자원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중앙 정부를 포함한, 각도, 지방정부는 연령, 인종, 젠더 종교 등과 관계없이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또 하나의 국가 스웨덴도 전반적으로 장애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권리위원회의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스웨덴 정부는 장애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도록 새로운 국가 전략을 세우며, 일반 대중에게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남·녀 장애인은 존엄성을 갖춘 독립적이며 능력 있는 시민으로서 권리협약이 천명하는 모든 인권의 소유자이므로 공공 생활의 영역에서 모든 사회 문화적인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고등법원의 법관, 검찰 등 모든 법조인, 입법을 담당하는 정치인과 고급공무원, 교사, 경찰, 교도관, 고용주, 교육기관 등 모든 시민이 인식 개선의 대상이 되도록 장애인 단체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협조로 인식 개선 전략을 세우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장애인복지법과 시행령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 단체의 장에게 소속 직원에 대한 교육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에 다른 학교의 장에게 연 1회 이상의 교육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국회의원과 법관, 고위직 공무원을 비롯하여 일반국민을 비롯하여 공공기관, 회사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교육 및 홍보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간혹 유엔위원회에 제출된 국가 보고의 인식개선의 내용을 보면,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이 있는데, 이것은 인식개선의 목표가 아주 협소하게 정해진 것이다.

막상 대표적 대상이 되어야 할 권리위원회가 스웨덴에 권고한 포괄적 대상, 즉 ‘고등법원의 법관, 검찰 등 모든 법조인, 입법을 담당하는 정치인과 고급공무원, 교사, 경찰, 교도관, 고용주, 교육기관, 대중매체 등은 대부분 장애인 인식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필자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으로서 때로는 150~200여명의 지방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혹은 소수의 경찰청장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본 경험이 있다. 때로는 법조계의 자료를 통하여 상당한 수의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이 실시되고 있음도 확인한 바도 있다.

장애인 전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도 여러 차례 강의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물론 담당 강사의 자질도 문제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권문화의 부재 속에 던져지는 인권 교육의 실효성을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흔히 보게 되는 장애인 서비스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수 교육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러 방면에서 교육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인식개선 제고는 법의 근거규정과 더불어 현장에서 얼마나 실천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기본원칙으로서의 장애인식은 ① 지역사회가 장애인의 권리를 이해하고,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수용하고, ② 한 사회의 평등한 시민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③ 사회에 대한 장애인의 기여가 인정되고 존중 받아야 할 권리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되면 실로 해결 되는 문제가 무수하다. 어느 정도 그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 변화의 혜택은 참으로 방대하다. 우선 편견과 차별로 부터의 해방, 다양한 접근 권, 이동 권, 교육권, 법적 권리, 고용 권, 사회보장 권, 의료 권, 체육, 문화생활 권 등등이 회복되어 산적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어찌 안이하게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겠는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가히 권력의 암투에 비할 수 있는 사회변화와 분명히 맥을 함께한다. 성격상 급진적인 변화의 대열에는 서지 못하지만, 구체적이고, 점진적이고 집요할 필요는 있다. 아니라면 다시 한 번 ‘말만 무성한’ ‘구호만’의 장애 인식을 외치며 또 한 10년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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