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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뇌병변 장애인의 하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1-27 17:32:13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폰을 켜 본다. 카톡카톡. 얼마 전 가입한 역사동호회 단톡이다. 아. 맞다. 오늘 첫 모임이지. 톡방에서 사람들이 a에게 물어 본다. “a씨는 서울까지 오기 불편하지 않으세요?” 마음이야 고맙다. 그러나 I’m OK. 친구 b가 오기로 했다.

b는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다. 살짝 껄렁껄렁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도 그는 a에게 벽 없이 대했다. a가 장애가 있어서 더 조심스럽게 대하기보다는 다른 애들에게 하듯 장난치고 찰진(?) 욕도 섞은 농담을 한다. 그렇게 a와 b는 붙어 지내다 친구가 됐다.

b가 a의 팔을 잡고 웃고 떠들며 버스에 탄다. 장콜(장애인 콜택시)이 편한데 2시간 기다린다. 배차가 너무 적다. 이거이거 국민청원을 하든 서울시 시민제안을 하든 올해는 결판을 봐야지. 버스도 전엔 계단이 높아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good, 저상버스 도입 이후 휠체어 장애인 뿐 아니라 a같은 보행 장애인들도 타기 수월해졌다.

지하철역으로 가서 지하철에 탄다. 앉는다. b가 장난을 건다. 헤드록을 건다. a는 진짜 재밌어서 웃는다. 근데 주위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장애인 학대 하냐는 표정. b는 머쓱해진다.

a의 옆 자리에 어떤 아저씨가 앉는다. a를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어린 꼬마 애에게 묻는 말투로 “몇 살이예요?” 묻는다. ‘오지랖은’ 생각하면서 신사적으로 대답한다. “저는 23살입니다.” 아저씨가 “힘내세요”한다. a는 속으로 대답한다. ‘난 이미 잘 사니까 아저씨나 힘내세요’ 그냥 좀 편협한 아저씨구나 하고 별 관심이 없다. 다시 b와 재밌게 떠든다.

역사동호회 모임 장소에 갔다. 누군가 a에게 묻는다. 자기 손가락을 자기 머리에 갖다 대며 “지각 능력은 멀쩡한가요?” 주위 분위기가 싸해진다. a에게는 만만한 꼰대 한 명이다.

a는 밝게 웃으며 말한다. “당연히 멀쩡하죠. 우리 00씨는 공감 능력은 멀쩡한가요? 그게 사람의 기본인데” 상대는 한 방 먹은 표정. a가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00씨는 유머러스하시네요. 하도 농담 같은 얘기를 하셔서 저도 농담 한번 해봤어요. 재밌죠?” 몇 사람이 따라 웃는다.

이야기는 무르익고 재미삼아 조선 왕 순서 외우기를 너도 나도 한다. a는 암기력이 나쁘지 않다. 조선 왕 순서와 모든 왕의 재위기간까지 쭉 외운다. 사람들 호응이 괜찮다. 실용적인 건 아니지만 a는 좀 으쓱하다.

저녁에는 설레는 소개팅이 있다. 집에 돌아온 a는 변신을 한다. 남자는 머리빨, 연예인 스타일로 헤어스타일을 다듬는다. 특유의 패션 감각으로 와이셔츠와 정장바지를 골라 입는다. 따끈따끈한 신상 슈트를 걸치고 반짝거리는 벨트를 맨다. 능숙하게 남성용 향수를 뿌린다. 거울을 본다. 캬~ 잘생긴 건 아닌데 개성 있는 얼굴, 친근하고 귀여운(?) 키, 맘에 든다. 간지 나는 신상 찍찍이 운동화를 신는다. a는 자기만의 컨셉과 매력을 안다. 자신감이 흐른다.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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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원철연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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