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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노동자로 책임 전가된 사회서비스 공공운영이 답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30 10:42:06
노동자 투쟁의 결실 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원공공운영모델로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과 염원의 결실이다. 노동자들은 시장화 되고 민간위탁이 거의 전부인 사회서비스 제도 아래서 고통을 온 몸으로 겪으며 노동을 해왔다.

흔히 저임금, 불안정 고용, 열악한 노동환경 등 전형적인 표현들을 쓰지만, 현장에서 겪는 일들은 이런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다. 이 과정에서 어떤 노동자는 몸이 다치고, 또 어떤 노동자들은 마음이 다쳐서 현장을 떠났다.

떠나지 않는 일터를 만들고 싶었던 노동자들은 문제의 핵심이 사회서비스를 시장에 맡긴 제도에 있다고 판단하고 대안으로 공공서비스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왔다.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자랑스러워하는 이유가 장애인의 피눈물 나는 투쟁의 결실이기 때문이라면, 노동자에게 사회서비스원도 그런 결실의 한 형태이다. 노동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드높이는 투쟁과정에서 해고와 생계의 단절을 각오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공공운영을 말하는가?

사회복지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사회서비스(돌봄노동)는 가족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이것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보편복지가 확장되면서 사회서비스 관련 각종 사업들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문제는 이를 정부가 책임지는 대신 민간시장으로 넘긴 것이다.

그 이유를 정부는 빠른 확산과 경쟁을 통한 질제고를 위해서라고 했다. 목적한대로 빠른 확산은 성공했으나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대인서비스는 노동자를 통해서 실현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에게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따라왔고, 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역할도 덤으로 따라왔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흔히 저임금을 가장 말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우리는 저임금보다는 고용불안이 더 힘들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부정수급이다.

지원사는 근로계약을 활동지원기관과 맺지만,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야 비로소 임금과 노동자로서의 각종 권리가 발생한다. 이렇다보니 장애인이 언제든지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는 노동자에게 어떤 저항도 하기 힘든 상태를 만든다. 인간적인 관계도 무시하지 못한다.

장애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거나 혹은 노동을 거부당하지 않으려면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 일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불법이나 부정수급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부정수급 사례 1=지원사 A는 일을 하던 도중 건강이 나빠져 기관에 자신을 대신할 지원사를 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상당 기간 후임을 구하지 못하였다. 계속 일을 하다가는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이용자와 상의해서 간병인을 구했다.

일은 간병인이 하고 A는 한 달 반 가량을 쉬면서 결제는 자신의 바우처카드로 진행했다. 얼마 후 이 사실이 적발되어 부정수급으로 800만원을 환수당하고 A는 형사고발 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이용자는 자신은 알지 못했다고 하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부정수급 사례 2=지원사 B가 사는 곳은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없는 지역이었고, 이용자의 집에 가려면 차로 30여분을 달려야 하는 지역이었다. 이용자는 교육이나 문화생활 등 외출할 일이 있으면 거의 B의 차량을 이용하였고 유류비는 바우처로 받았다.

어느 날 퇴근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 당시 유류비 때문에 바우처 결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B는 교통사고로 몸이 많이 상했는데, 그 와중에 부정수급으로 고발당해서 경찰조사를 받아야 했다.

유류비를 바우처로 받는 것은 기관과 이용자, 그리고 B의 합의하에 진행한 일이었는데 막상 사건이 발생하자 기관과 이용자 모두 모른다고 하였다. B는 부정수급으로 고발당한 것보다 그들이 외면한 사실을 더 힘들어했다.

제공해서는 안되는 서비스 석션=최중증장애인 중에 석션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라서 지원사가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다.

지원사 C는 이것이 불법인 줄도 모르고 일을 하였다. 어느날 노조와 다른 일로 상담을 하다가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조는 차마 석션을 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어서 이용자 가족과 기관 양쪽으로부터 업무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자필문서로 받아두라고 조언했다.

C는 자필문서만 써준다면 일을 계속할 의향이 있었으나 기관과 가족 모두가 이를 거부하였다. C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직업이 어디 있느냐면서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하였다.

이런 사연들은 끝도 없다. 사건이 발생하면 지원사는 몸도 다치고 마음도 다치고 결국은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마음이 다친 노동자들은 “이 동네는 이제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개선책을 요구해 왔지만 바뀌는 것이 거의 없다.

정부는 민간기관으로 책임을 돌리고, 민간기관은 정부로 책임을 돌리다보면 상황이 종료되고, 남는 것은 부정수급 단속뿐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만 다치면 끝나는 편한 제도, 이것이 사회서비스 시장화, 민간위탁의 실체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자들은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 즉 공공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간위탁은 노동자만 불편할까?

올 1월에 우리노조에 ‘지정매칭’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상담이 들어왔다. ‘지정매칭’이란 이용자가 기관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 구인광고 등을 통해 직접 지원사를 구하는 경우를 말한다.

기관은 이용자와 노동자 간에 사전에 일에 필요한 합의가 끝났다고 판단하였고, 계약할 때 안내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소홀히 하였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거의 마무리 해 갈 무렵 같은 기관에서 지정매칭으로 인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우리노조는 지정매칭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급적 이를 금하도록 이용자에게 안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기관은 “중증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갈수록 지정매칭이 늘고 있다”면서 난처해했다.

운영을 굉장히 모범적으로 하는 곳조차도 일을 기다리는 지원사는 많지만 최중증장애인을 매칭해 주면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용자도 대기자가 많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활동지원사가 이용자를 고른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활동지원사가 이용자를 고르는’ 상황은, 이용자가 지원사를 쉽게 바꾸는 것처럼, 현행 제도 하에서는 도덕적 비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에게 고용불안이 있다면 장애인에게는 서비스가 중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특히 최중증장애인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하다.

정부도 기관도 자신의 생존을 책임져주지 않으니 장애인이 스스로 지원사를 찾아나서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결정권 침해도 일부 감수해야 한다.

최중증장애인은 한 사람의 지원사에게 장시간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고, 장시간노동을 하는 지원사는 거의 하루 종일 장애인과 함께 지내면서 가족과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장애인의 결정에 지원사가 개입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민간위탁은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제도이면서 동시에 장애인도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냉정한 제도인 것이다.

사회서비스 공공운영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사회서비스원이 가시화되면서 민간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영리기관들은 그렇다치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장애인단체들도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전장연 등 장애인 투쟁단체는 제도개선 요구에 서비스공공성과 노동자 권리보장을 꼭 넣는다. 그런데 막상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실체가 보이자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공공운영에 반대할까?

운동성보다 사업주로서의 정체성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이다. 요양과 달리 장애인활동지원은 정부가 지정하는 단체만 사업을 할 수가 있어서 영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익규모와 수익금의 쓰임새도 영리기관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사업주라는 말을 꺼리기도 한다.

그러나 단체들은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면서 거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장애인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개입하며 일정한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획득하였고 지역사회의 주요인사가 되었다. 그러므로 민간위탁 운영자로서 그 지위를 위협당할 수도 있는 강력한 경쟁자의 탄생이 반갑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은 왜 서비스의 불안정한 공급으로 어려워하면서도 공공운영이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할까? 제도의 부족함을 노동자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중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고생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들의 부족한 시간을 노동자들이 무급노동으로 채우고 있다.

외출이 필요하면 지원사가 자신의 차로 이동을 시켜준다. 이 토론회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휴게시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중증장애인들이 가장 난리가 날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은 최중증 일부만 특례로 돌아가자고 할 뿐 대부분 별로 관심들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만 아우성이다. 이유는 노동자들이 바우처는 끊고 일은 무급으로 일은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게시간 덕에 오히려 시간이 늘었다고 좋아하는 이용자도 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에 마치 사회서비스를 정부가 책임질 것처럼 공언을 했다. 그러나 정작 제도를 현실화시켜면서 예산과 책임을 지자체의 선택으로 넘겼다. 왜 정부는 자신이 직접 사회서비스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을 망설이는가? 민간위탁 시스템은, 특히 바우처 전달체계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더 없이 좋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노동은 장애인에게도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중증장애인이 지원사를 구하는데 이렇게까지 어려워하지 않았다.

헌신적인 노동자가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데 이제 지원사들은 제도가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과 헌신만으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근본적으로 다른 제도가 설계되지 않는 한 최중증장애인이 지원사를 구하기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고, 노동자의 무급노동도 무한할 수는 없다.

장애인활동지원 12년은 장애인의 삶을 크게 바꾸어놓았지만, 민간위탁과 시장화는 장애인노동자도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는 경험도 충분히 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공공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노동과 좋은 사회서비스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공공이 한다고 되겠나?”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민간위탁의 문제점과 한계는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공공이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가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고미숙 조직국장이 지난 23일 열린 "경기도 사회서비스원 재가서비스 공공운영 모델의 필요성과 장애인활동지원을 통한 실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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