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하지마비나 사지마비가 된 척수장애인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발간한 ‘2018 척수장애인욕구·실태조사’에 따르면 척수손상 후 입원치료기간은 평균 30.77개월(약2.5년)으로 나타났다. 또한 척수손상 직후부터 병원생활은 3곳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27.4%로 가장 많고, 6곳 이상 다수의 입원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3.1%로 나타났다.

선진외국에서는 하지마비는 3~4개월, 전신마비는 6~7개월 만에 퇴원을 하고 있는데, 비용 대비 의료서비스 효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척수장애인이 왜 10배에 달하는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중복, 중도, 중증’ 3중고를 겪는 척수장애인들은 갑작스러운 장애로 인해 현저한 환경의 변화를 경험하는 재적응의 과제를 안게 되는데, 이는 다른 장애와 구분되는 특수성을 갖는다.

필자가 만난 많은 척수장애인 당사자들은 “처음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부정적 자아개념을 체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무기력과 통제능력 상실감도 경험하게 된다”고 입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사고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직후 척수장애인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병원 선택에서부터 일상생활동작훈련, 재활방향, 일상복귀에 이르는 길을 전혀 모르고, 말 그대로 막장에 다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척수손상을 입었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복귀 준비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한 척수장애인도 있었다.

이렇듯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위기를 초래하게 된 척수장애인은 병원 밖에 대한 두려움과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인해 ‘퇴원’이 아닌 ‘전원’을 선택하고 있다.

척수장애인들이 지역사회를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불가항력적인 요소들은 주택 환경개선문제, 경제적인 문제, 가족의 문제, 소송 등 법률적인 문제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신속한 퇴원’이 아닌 ‘준비된 사회복귀’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정서지지와 올바른 장애수용을 돕는 동료상담도 필요하며, 척수장애인이 퇴원 후 지역사회로 돌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의료시스템이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에도 이런 정책이 없어 전국의 척수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즉,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는 민간인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장기입원 척수장애인을 위한 민·관 협력 케어플랜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6월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는 척수장애인 ‘탈병원’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현재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는 입원한 척수장애인의 정서지지와 올바른 장애수용, 준비된 퇴원계획 수립을 위해 대학병원, 재활병원 등 의료기관으로 척수장애인 활동가들을 파견하고 있다.

또한 퇴원 후에도 거주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는 커뮤니티리더의 역할의 척수장애인 활동가가 전환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는 지난 2010년부터 초기 및 칩거 척수장애인을 발굴해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통합 맞춤형 지원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현재 11개 지역(서울, 부산, 대전, 강원,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에서 센터를 운영 중에 있지만, 교통사고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척수장애인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예산 부족으로 7개 지역(인천, 세종, 울산, 경북, 대구, 광주)으로는 지원을 못하고 있다.

‘2026 지역사회 통합 돌봄모델’ 확산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전국 척수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예산 확대와 민·관 협력 케어플랜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은 병원에 방치된 척수장애인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중앙회 과장 장하니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