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나에게 일어난 사고는 경수를 다치면서 하루아침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다치기 전 나는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나였지만 처음에는 내가 가진 척수손상 사지마비는 흐르는 눈물조차 닦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회와 완전히 단절됨과 그렇게 시작된 약 11개월의 병원생활, 4번의 전원, 가족의 간병 등... 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병원을 벗어나 가게 된 곳은 바로 ‘일상홈’ 이였다.

일상홈 초기상담 중인 이수근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병원생활을 끝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척수손상 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은 2-3년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 병원에 그런 환자가 수두룩한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병원생활을 1년도 하지 않은 내가 퇴원을 한다는 것이 약간은 이른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또 주변에서 걱정을 했다.

그렇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일상홈의 환영식을 마쳤던 것 같다.

이수근씨의 일상홈 환영식. ⓒ한국척수장애인협회

‘15분’ 내가 다치기 전이였다면 머리를 감고 세수와 양치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 걸리던 시간 이였다. 하지만 일상홈에 입소하고 첫 번째 아침의 ‘15분’은 고작 양말 신는데 걸렸던 시간 이였다.

처음에는 하는 중간에 답답한 마음에 짜증도 났다. 다치기 전에는 15초도 안 걸리던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치고 아무것도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던 내가, 아무것도 혼자 하지 못 할 것 같던 내가 기어코 양말신기에 성공했을 때 할 수 있다는 것에 좋아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침 마다 혼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시간은 훌쩍 지나고 나는 녹초가 되었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 늘어가는 내 모습에 뿌듯했다.

일상홈에서 머리감기 훈련중인 이수근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에서 근력운동 중인 이수근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나는 병원에 있으면서 장애수용의 대해서 깊게 생각한적 없었다. 단지 피할 수 없는 장애와 현실을 받아들인 것을 난 장애를 수용했다고 생각 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널리고 널린 병원에서는 알지 못했다. 병원생활을 할 적에 시장에 가게 된 날이 있었는데 병원 입구를 나서는 순간 쏟아지는 시선에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장애를 수용한 것이 아닌 병원에 적응을 했던 것 이였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하나 생각 했지만 일상홈에 와서 마트에서 장도 보고 외식도 하며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등 외부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들 시선에 신경 안 쓰게 되었던 것 같다.

일상홈 생활 중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이수근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 생활 중 영화관람을 준비하는 이수근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 생활 중 월미도 투어중인 이수근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내가 체험하며 느낀 일상홈의 장점은 1대1 코칭 시스템인 것 같다. 병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비장애인’치료사가 학습한 이론 또는 치료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하면 일상홈에서 코치는 참여자와 같은 ‘장애인’으로써 장애인생을 직접 경험하고 지나온 선배로 비장애인에게는 배울 수 없는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방법 같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못하는 것은 없다 단지 방법을 모를 뿐. 내가 하지 못할 것 이라고 생각 했던 것은 대부분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직접 짜는 일정, 내가 병원생활 하면서 항상 생각 했던 것 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일상홈에서 일정을 짜면서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나는 부정적 이였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신선한 충격 이였다. 그래서 나는 병원에 계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수근씨의 일상홈 수료식.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비록 지금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다른 의미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사회로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준 일상홈을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홍태표 일상생활코치님, 등 관련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잘 살겠습니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2019 척수장애인의 일상복귀 프로그램 ‘일상의 삶으로’ 1기 참여자 이수근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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