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에듀넷·티-클리어 재택 모니터요원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1999년 설립됐으며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학술연구 분야 정보화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에듀넷은 기관 설립보다도 앞선 19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교육정보종합서비스로 개통했으며 현재까지 22년간 초·중등 교사, 학생의 수업‧학습 및 협업‧소통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교육정보통합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광스럽게도 에듀넷 개통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도 재택 모니터요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내가 하는 업무는 서비스 운영 지원, 모니터링, 고객 대응, 콘텐츠 자료 검수 등이다.

모니터요원은 총 16명의 장애인으로 이루어져있으며 4명씩 4시간 단위, 4개 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놀라운 사실은 재택 모니터요원이 다른 곳으로 이직 없이 장기근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 서비스 안정과 품질 관리를 위해 재택 모니터요원이 열심히 노력해 왔기에 에듀넷·티-클리어가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는 서비스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전 6시30분, 잠에서 깨어 나만의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방 안의 컴퓨터를 부팅하고, 익숙하게 즐겨찾기에서 에듀넷·티-클리어(www.edunet.net) 사이트를 클릭! 또한, 재택 모니터요원이 모여 있는 우리만의 온라인 카페에 접속하여 출근을 알린다. 이것으로 나의 출근은 완료된다.

나의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낮 12시다. 그러나 뇌병변장애 1급인 나(47, 여, 뇌성마비 중 언어와 무정위운동형 중복)는 손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면 주어진 업무를 시간 안에 마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근무자들 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1997년 8월 1일은 나의 첫 근무일이다. 이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가슴 떨림과 전율이 전해지곤 한다. 중증장애인인 내가 사회생활, 경제생활을 할 줄은 가족 아니 나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학교 졸업 후 장애인수도회에 입회했던 나는 이상과 현실이 맞지 않아 상처만 입고 얼마나 되지 않아 나와야만 했다. 오로지 수도생활만 꿈꾸던 나는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눈앞이 캄캄하고 눈물이 났다. 솔직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불안했다. 데리러 오신 엄마는 괜찮다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셨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내 기우였다.

집에 도착하여 컴퓨터를 켜고 에듀넷부터 접속을 했다. 파란화면 속 공지에 ‘에듀넷 모니터요원 공개채용’이라는 제목이 있어 읽어보니 모집 조건이 나와 맞았다.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일단 이력서는 냈으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뜻밖의 서류 합격 통지 메일이 오고,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로 갔다. 면접 번호 1번인데 30분 이상 늦었다. 울상이 되어 포기한 심정으로 면접장에 도착하였으나 심사위원 8명 모두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형언할 수 없던 그 감동과 함께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그 당시 장애인 2명, 비장애인 8명을 채용했다.

에듀넷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3월의 일이다. 당시는 인터넷이 아닌 pc통신이었다. 하이텔 한국방송대학교 동호회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같은 불문학과 언니가 에듀넷 동호회 활성화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해서 가입한 것이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되었다.

처음 한국방송대학교 동호회를 개설하였을 때는 인지도가 너무 낮아 한두 명 접속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부운영자로써 포기하지 않고 좋은 글과 학교생활에 필요한 자료를 꾸준히 등록하고, 신입 회원이 가입하면 한 명 한 명 성심성의껏 챙겼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서서히 동호회 회원이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도회 입회를 앞두고, 에듀넷 우수 이용자로 뽑혔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나는 에듀넷의 재택 모니터요원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근무 중이다. 물론 20여 년 동안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니터요원 업무도 여러 번 변경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업무를 시작하였으나, 재택 모니터요원의 업무 특성상 장애인이 근무하는데 더욱 잘 맞았기에 나 역시 오랜 시간 함께 해나갈 수 있었다.

동료들은 이제 가족보다 가까운 그 이상으로 지내고 있다. 비록 전국 각지에 모두 흩어져 있어 실제로 얼굴을 본 것은 몇 번에 지나지 않지만 재택 모니터요원 카페와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대화하고 때론 전화로 연락하고 있기에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김재훈(남, 52, 척수장애) 모니터요원은 1기 선배님으로써의 역할을 든든히 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중도장애로 뼈아프지만 장애인의 삶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이루는데 에듀넷 모니터요원이란 직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방태식(남, 52, 류머티즘관절염, 와상장애) 모니터요원 역시 중도에 류머티즘관절염이 발병해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지만 에듀넷·티-클리어 업무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대단하다.

우지연(여,33. 청각과 뇌병변 장애) 모니터요원은 “에듀넷 모니터요원으로 입사하고 좋은 일만 생겼다”고 자랑한다.

청각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워 여러 회사를 전전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해야 했다. 그러나 에듀넷에 근무하면서 업무에 관해 모르는 것은 모두 게시판, 메신저, 문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문의할 수 있어 모니터요원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니 결혼도, 임신과 출산도 모두 수월히 잘 해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재작년 에듀넷·티-클리어 개통 20주년 기념행사에 재택 모니터요원을 초대, 우리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으로 더 나은 업무 환경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잊지 않고 모니터요원 16명의 생일이면 잊지 않고 생일 축하 기프티콘을 보내주었고, 명절에는 모두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 재택모니터요원들이 무엇보다 정말로 절실히 필요로 했던 업무용 노트북과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기존에 오래된 PC를 활용하여 모니터링 업무를 진행하는 데 불편함을 호소한 분들, 또한 노트북이 아닌 책상 앞 컴퓨터 사용으로 몸이 힘든 분들도 있었기에 이 소식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김미숙(35,여, 뇌병변)씨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근무하려면 꼬박 4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노트북을 받으면 업무 수행하는데 보다 편할 것 같다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내비쳤다.

또한, 이번 기자재 지원을 계기로 재택 모니터요원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담당자가 본원에서 함께 만나 미래교육체험관을 둘러보며 새롭게 변화하는 미래 교육을 논의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재훈 모니터요원은 “모니터링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한석수 원장님과 KERIS 담당자에게 깊은 감사말씀 드리며, 앞으로 에듀넷·티-클리어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 우리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석수 원장은 “이번 기자재 지원으로 보다 원활한 모니터링 업무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업무 고충이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 해달라”는 말씀도 함께 전했다.

나의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니 인생의 절반을 에듀넷·티-클리어와 함께 하였다. 재택 모니터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그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특수교육학, 사회복지학까지 전공하며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였다. 또한 어딜 가서 누구를 만나든 내 소속과, 내 업무를 얘기할 때 늘 당당했고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었다.

앞으로도 에듀넷·티-클리어는 내 인생의 전부이기에, 변화하는 시대에 흐름에 맞추어 나의 역량을 키워 열심히 업무를 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정지용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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