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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분노케 만든 시설거주 장애여성 강제피임

우리의 ‘무지’이자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28 09:25:27
KBS 뉴스 보도 캡쳐. ⓒ강민
에이블포토로 보기 KBS 뉴스 보도 캡쳐. ⓒ강민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첫 날, 방송에서는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하는 뉴스가 올라왔다. 바로, 전라남도 모 지역 내 시설 거주 장애 여성의 동의 없는 강제피임.

8년 전 해당 시설 거주 장애여성 A씨가 같은 시설에 거주하는 남성과 성관계 후 아이를 갖게 되자 시설장은 거주 여성들의 동의 없이 피임 시술을 진행한 것이다.

피임기구를 5년마다 교체 해 줘야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수년이 흘러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당 행위를 지시한 원장이 이미 물러난 상태이고, 피임 기록도 남기지 않았던 터라 부랴부랴 해당 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여 시설 내 거주 여성 몇 명에게서도 시술 흔적을 발견하게 된 사건이다.

전 시설장의 이 같은 결정에 해당 시설의 직원들도 비인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익제보나 원장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직원이 없었던지 거의 10여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관리 소홀로 여성들의 몸에 부작용이 나타나니 모두가 알게 됐다.

뉴스에서는 해당 시설의 이름 및 당시 원장 등을 가명처리 했지만, 보도 영상 및 관내 시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어떤 시설이며 지시한 원장이 누구인지도 어느 정도 유추된 상태다.

현재 해당 관청은 행정조치 작업을 진행중이며 전라남도 장애인 기관과 단체들은 피해자 상담과 향후 대책등을 논의중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생학의 논리로 ‘장애인+장애인=장애아’라는 생각에서? 아니면 부부 탄생 시 시설 내 부부만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줘야 하거나 시설에 계속 거주시키는 모양새가 안 좋으니 자립을 시켜야 하는 행정적인 불편함에서? 정원이 정해져 있는 시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거주인을 전원 시켜야 하는 난감함에?

행정과 비용적 측면에서 오는 부담 등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시설 거주 이용인의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종사자들의 생각과 전 원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포털 등에 뜬 댓글들처럼 장애인이 아이를 갖게 되면 부모와 아이에게 모두 고통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들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오갈 곳 없는 장애인들을 자신들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랬다”라고 주장하며 상황 참작을 요청한다면 정부 보조금과 후원금 등으로 인건비가 집행되는 시설 운영방식을 모르는 대중들은 이번 일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 포스터. ⓒ강민
 에이블포토로 보기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 포스터. ⓒ강민
‘김제 영광의 집 사건’을 기억하는가?

횡령과 노동력 착취 등 갖가지 범죄가 시설 내부에서 벌어지며, 발각되어 법의 심판을 받아도 그럴 때마다 명의변경 등으로 운영을 지속한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비리시설 이야기 말이다.

어떠한 비리에도 꿈쩍 않던 시설이었지만 이 시설이 무너져 내린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으로도 그려진 바로 그 사건, 바로 시설 내 거주 여성의 ‘자궁적출’.

이 사건으로 인해 원장의 남편 목사는 부모의 심정에서라는 읍소가 통했는지 비교적 가벼운 징역형을 받았고 출소 후 행정처분 취소소송에 패소하며 그렇게 영광의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난, 이 모든 일이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비장애인의 몸에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강압적으로 강제불임 시술이나 자궁적출 같은 행위를 한다면 어떤 판결이 나오겠는가?

이 같은 행위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벌어진다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내려져 시설 내 비인권적 문제 보도를 간간이 대해야 하는 이유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 살 수 없고, 장애인과 장애인과의 결합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며, 장애인은 유전학적으로 같은 장애가 있는 아기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이런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가 아닐까?

얼마 전, 사찰 승려에게 지속적 성폭행을 당한 지적장애 여성의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소식을 들었다.

만약 이 사건의 문제점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면 재판부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 실제로 ‘염전 노예사건’들의 피의자들은 ‘먹여주고 재워준’ 보호자의 개념과 피해자들의 이해와 동의 없는 ‘처벌불원서’ 등이 받아들여져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처럼 루프삽입, 낙태 자궁적출 등의 문제 또는 시설 내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인권유린행위 발생 시 피의자(법인)에 대한 단호한 법 집행 및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보호의 개념이 아닌 서비스 종사자와 서비스 이용자, 확실하게 정립된 개념으로 거주시설이 운영되도록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원칙을 장애인복지법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궁금한 이야기 Y처럼 장애의 특성과 시설 거주 장애인 등의 인권 유린 문제점들, 그리고 장애인이 아닌 한 사람, 장애 여성이 아닌 한 여성으로 바라보도록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며 사회적 인식을 바꿔 나간다면 즐거운 추석명절을 이런 소식들로 인해 분노의 표출로 시작 될 일도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거주시설 종사자들의 자정을 촉구하며 이런 뉴스에 의견 댓글 다는 분들 또한 내 가족이 이러한 일들을 겪었다고 생각해보는 생각의 전환을 해 보시길 부탁드린다.

*정의당 장애평등강사 강민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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