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 서울청년의회에서 저상버스 시스템 문제와 정책 제안을 하고 있는 문화진씨.ⓒ문화진

2018년 9월 2일 서울청년의회에 참여한 박원순 시장의 ‘휠체어 체험’ 발언으로 한 동안 장애계 전반이 떠들썩했다. 체험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많았고 체험하지 않고는 공감하지 못하냐는 원성도 있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결코 뜬금없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휠체어 체험’에 대한 집중조명 이전에 어떠한 경위로 이 발언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이러한 발언이 나오게 되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우선 ‘휠체어 체험’ 발언은 2018년 9월 2일 서울청년의회에서 비롯되었다. 2015년부터 4년차를 맞이한 서울청년의회에서는 정책별 분과를 구성하여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수렴하여 제도화 한다. 여러 분과 중 초기단계에서부터 장애인권분과는 함께 존재해왔다.

첫해인 2015년에는 장애인 의무고용, 2016년에는 청각장애인 문자통역과 무장애 관광 정책 제안이 있었다. 또 지난해는 장애인 재난 안전 대비 매뉴얼을 제안하는 등 장애 청년의 시각에서 필요한 장애인 정책을 제안하였다.

2018년 올해 서울청년의회 장애인권분과의 화두는 ‘이동권’이었다. 초기에는 자동차, 지하철, 버스,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권 전반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며 함께 고민했다.

정책 입안자의 위치에서 저상버스 탑승 체험을 하는 문화진 씨.ⓒ문화진

그 과정에서 지하철과 저상버스, 장애인 콜택시를 직접 타보며 이용자의 위치에서 정책 입안자의 위치로 시선을 옮겨보았다. 여러 이동수단을 직접 탑승해 본 결과 장애 청년의 시각에서 먼저 개선되어야 할 이동수단은 바로 ‘버스’였다.

물론 지하철 리프트 사망사건으로 지하철 이동권 문제 개선의 시급성도 공감하였지만, 장애인이 동행인 없이 탑승하기 어려운 현 저상버스 시스템 문제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정책 분석과 제안 사항을 준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여 장애/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저상버스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접근하였다. 수개월 동안 청년들은 저상버스 문제점에 집중하였고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 가능한 정책 세 가지를 제안하였다.

▲저상버스 배차 순서의 체계화, ▲저상버스 탑승의사 확인 시스템 구축, ▲장애인 탑승객 응대 교육 확대 실시가 골자이다.

저상버스 정책 개선을 위해 버스회사에 전화해 운행 시간에 질의했다.ⓒ문화진

먼저 저상버스 배차 순서의 체계화는 실제로 일주일동안 버스정류장에 앉아 저상버스 배차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실시하였다. 일반버스가 연속적으로 배차되게 되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저상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없는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불규칙적인 배차 시스템이 최우선 교통약자인 장애인의 이동을 저해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44%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버스에 비해 배차 간격이 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평균 배차 간격까지 규칙적이지 않다면 여전히 장애인들은 저상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 1224번 버스의 1주일간 저상 운행순서표를 확인한 결과, 매번 바뀌는 운영으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문화진

두 번째로 저상버스 탑승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큰 애로사항이었다.

특히 여러 노선이 복합적으로 얽힌 환승 정류장의 경우 정류소 환경, 혼잡도, 정차구역 외 정차 문제로 휠체어 탑승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는 최우선교통약자를 위한 표준형 승차대와 대기공간 확보 등의 개선사항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며 개선방안을 찾는 과정 중 ‘교통약자 서울버스-마이버스’ 어플이 개발되었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IT기술과 환경개선이 접목된다면 이용자들의 효율성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 최우선 교통약자인 장애인 탑승객 응대교육은 수천 번을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상버스 리프트 작동을 모르는 경우도 여전히 많고, 탑승 후에도 어떠한 조치들이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여러 사정이 있어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사정이 있어도 제대로 대응해야한다는 교육은 필수적이다.

또한 시민들을 위한 캠페인도 절실하다. 초기 지하철에 휠체어가 탑승했던 때를 떠올려본다면 최우선 교통약자가 자유롭게 저상버스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시민들의 인식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저상버스 시스템 문제 개선을 위해 정책 제안을 마련한 서울청년의회 장애인권분과 단체 사진.ⓒ문화진

서울청년의회에서 제안한 정책 내용은 저상버스 도입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그 내용을 청취한 박원순 시장은 장애인 분과의 발로 뛴 경험과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하며 하루 동안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직접 하루 동안 같이 느껴보겠다는 의미의 답변이었으며 체험과 경험에서 비롯된 정책 제안에 체험과 경험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휠체어를 하루 동안 타고 다닌다고 해서 장애인 당사자의 애환을 다 경험할 수도, 느껴볼 수도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 쇼라고 이야기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여러 정치인들이 장애인의 날 ‘반짝 행사’로 장애인을 소비했던 방식이라 여길 수도 있다.

9월2일 서울청년의회에 참여한 박원순 시장이 답변하는 모습.ⓒ문화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쇼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고 개선된다면 그것을 열렬히 환영한다.

이미 박원순 시장은 휠체어를 타고 체험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유력한 정치인이자 서울시의 수장이 휠체어에 오를 때마다 시민들은 장애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관련 공무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고 이동권 보장 정책을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영향력은 타 도시로도 이어진다. 서울의 저상버스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에서 유입되는 수도권의 버스 문제와도 연결되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모든 지자체들의 저상버스 문제까지 줄줄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박원순 시장의 ’휠체어 체험‘ 발언에 이 구구절절한 부연설명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상버스 탑승문제에 대해 적어도 장애계가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지하철 문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는 서울시와 일부 광역시에만 해당되는 문제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버스 문제가 우선이다. 전국 지자체의 저상버스 도입과 운영의 문제가 해결 되어야 지역 장애인의 이동 자유도 함께 보장된다.

2018년 서울청년의회 장애인권분과에서는 최우선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의 버스 탑승을 개선하기 위해 각자의 생활과 시간을 쪼개어 정책을 제안하였다. 지금이라도 ’휠체어 체험‘이라는 수식어 보다 저상버스 도입과 운영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9월2일 서울청년의회 모습.ⓒ문화진

*이 글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장애인권분과에서 활동 중인 문화진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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