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을 살며 누군가, 어딘가 의지한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꼭 필요한 절대적 필요성이다. 나 혼자만 잘났고 나 혼자만 잘 살 거란 생각은 오만일 것이며 잘못된 판별력이 낳은 오류이기 때문이다.

독일 출생의 미국 정신분석심리학자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은 인간의 심리사회 발달 단계를 모두 여덟 단계로 식별하는 정신분석 이론을 발표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0세부터 6세까지의 기간에 부모나 가족의 관계에서 많은 변화와 사회성을 개발한다고 하였고, 7세부터 15세까지의 기간에 부모와 가족이 아닌 이웃 또는 또래 친구들에게서 사회성을 개발한다고 되어 있다.

그만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이 기간에 습득하거나 개발된 욕구를 바탕으로 성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말이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의 연령에 따른 정신과정과 행동상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데, 개인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심리·정서적으로 안정감 있는 삶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지층(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친구’라는 존재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친구란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고 하였으며, 영국의 성직자 토마스 풀러(Thomas Fuller)는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친구란 의미 자체가 개인에게 주는 영향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2008년에 발표된 한 학술논문에 의하면 친구끼리의 칭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만족감, 의사소통, 신뢰감, 친근감, 민감성, 개발성, 이해성이 모두 향상되었다고 한다.

또한, 서로에게 공통점과 유사성을 찾게 되면서 관계의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상대방의 긍정적인 관심과 신뢰를 개인적 의사소통을 통해 표현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런 영향력은 곧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시키고 또래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활동이 대인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정정희, 유형근, 신효선, 2008, 초등학생의 교우관계 및 학교생활만족도 향상을 위한 또래칭찬프로그램 개발)

친구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현대사회는 농업시대에서 공업시대로 변화하고 공업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변천하면서 가족의 핵가족화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팽창으로 공동화를 이루는 시대에서 개인화를 우선하는 시대로 변화하였다.

친구라는 존재는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동떨어진 낙후된 존재가 아닌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이라고 표현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각박해진 요즘 세상에 나를 위해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벗’이라는 존재가 개인의 심리사회성에 얼마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인지를 각성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친구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나이차와 성별을 떠나 내가 힘들 때 함께 도울 수 있고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덕담을 나눌 수 있으며 슬플 때 울어줄 수 있는 친구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산 목록 1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용기와 인내가 필요할 뿐.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성인가요 중 이런 가사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이 글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이민훈 원장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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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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