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성결교회(이하 성결교회) 소속 후배 전도사가 어느 날,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교단 교육국에서 올해 하반기 교육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유·초등부 어린이들에게 교육시키기로 방침을 정하고 교단 소속 교회에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전파했으나, 비장애인 교역자 후배는 위와 같은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니 내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나.

후배에게 관련 공문과 프로그램 계획을 받아들고 보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유·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가르친다? 더욱이 프로그램 명칭은 ‘두.바.퀴’(두 사람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퀴즈)

유·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가르치기 위한 프로그램 ‘두.바.퀴’(두 사람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퀴즈). ⓒ강민

모든 어린이들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 받거나 차별하지 않는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데 우선 이런 교육목표로 전국의 모든 성결교회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에는 매우 환영한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인지도 없는 교역자들이 장애인을 차별하면 법에 저촉되는 것을 가르치는데 그 대상이 유·초등부라니.

프로그램의 OX 퀴즈의 세부내용 또한 답답했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 OX 퀴즈>

1) 성결이는 맨 앞자리에 앉아도 칠판의 글씨가 전혀 보이지 않는 친구와 짝이 되었습니다. 성결이와 가장 친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성결아, 너 맹인이랑 짝이라며? 맹이랑 짝하면 네가 힘들겠다.” 그러자, 성결이는 “맹인이라고 말하면 안 돼. 시각장애인이라는 좋은 말이 있잖아. 다시는 내 앞에서 내 친구를 맹인이라고 말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맹인이라는 말은 쓰면 안 되나요?

정답: O

해설: 장님, 맹인, 봉사 등의 단어는 시각장애인을 지칭하는 잘못된 말입니다. 단어의 본래 뜻과는 달리 차별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시각장애인입니다. 또한, 청각장애인을 벙어리, 귀머거리 등으로 말하면 안 됩니다.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2) 아침 등교시간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이 때, 한 아저씨가 시각장애인 보조견과 함께 조심히 걸어오고 있습니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버스에 몰려들어 타기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아저씨가 보조견과 함께 버스를 타려고 하는 순간,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버스에는 개를 데리고 탈 수 없어요. 다른 차를 타세요!”라고요. 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입니다. 시각장애인은 보조견을 데리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나요?

정답: X

해설: 시각장애인 보조견은 잘 훈련된 개입니다. 보조견은 사람을 공격하거나 해치는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보조견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보조견의 주의를 흐트려서 시각장애인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3)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봅니다. 우리 반에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 있습니다. 시험을 볼 때는 모두 동일한 평가 조건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장애인 친구와 비장애인 친구는 모두 시험 시간이 동일해야 합니다.

정답: X

해설: 시험시간이 동일하더라도 손이 불편한 친구에게는 시험시간 동안 제대로 시험을 치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장애인 친구를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접차별은 기준 자체는 똑같지만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발생시킬 때를 말합니다. 손이 불편한 친구가 불편한 손으로도 충분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평등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4) 성결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건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끗하고 좋습니다. 학교 내에는 예쁜 그림도 많고, 꽃도 많이 피었습니다. 이 학교에는 건물 1층에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 하나가 있습니다. 장애인 친구들이 화장실을 가기 편하도록 건물 1층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 초등학교는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편의를 제대로 제공하였나요?

정답: X

해설: 장애인용 화장실은 남자용과 여자용이 각각 1개 이상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출입문은 미닫이문이어야 하고, 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도록 넓어야 합니다. 화장실의 대변기 칸은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하고, 전동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대변기 한 쪽에는 수직 손잡이와 수평 손잡이가 있어야 합니다. 장애인용 화장실 출입문에는 사용여부를 알 수 있는 설비와 잠금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5) 성결이는 국경일 기념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성결이는 청각장애인이어서 연설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공공기관에서 개최한 행사에서는 반드시 수화통역사가 있어야 하나요?

정답: O

해설: 공공기관 등이 배포하는 정보의 접근함에 있어서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공공기관이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장애인의 특성에 맞춰 수화나 문자 등의 정보 이용 및 의사소통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6) 우리 동네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특수학교가 있습니다. 이 특수학교는 시설도 좋고, 장애인 친구들을 위한 훌륭한 선생님도 있습니다. 성결이는 다양한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고 싶기 때문에 좀 불편하더라도 특수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를 다니고 싶어 합니다. 장애를 가진 성결이는 특수학교에서만 공부할 수 있나요?

정답: X

해설: 그 누구도 장애인의 입학을 거부하거나 전학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학교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고 모든 교내외 활동에 장애인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거부할 수 없습니다.

7) 성결이네 동네에 지적장애인 아저씨가 있습니다. 이 아저씨는 매일 밤 늦게까지 힘들게 일을 합니다. 이 아저씨가 일하는 직장의 사장은 월급 대신에 음식과 옷, 잠을 잘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줍니다. 사장은 아저씨가 지적장애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가 손해를 보며 돌봐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결이는 사장을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요?

정답: O

해설: 장애인은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를 학대하거나 노동력, 금전적 착취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장은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8) 성결이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 갔습니다. 성결이의 친구는 매표소에서 영화표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매표소의 높이가 너무 높았습니다. 그래서 성결이가 친구를 도와 돈을 지불했습니다. 매표소의 높이를 많지 않은 장애인들을 위해 좀 더 낮춰야 하나요?

정답: O

해설: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서 매표소의 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장애인이 많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편한 시설 때문에 영화관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매표소의 높이는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하기에 충분하도록 낮게 설치하고 하부에는 무름 및 휠체어의 발판이 들어갈 공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관람석과 열람석은 출입구 및 피난통로에서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좌석은 전체의 1%이상 설치되어야 합니다.

9) 성결이는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 앞에 서 있습니다. 옆에 시각 장애인 아저씨는 건널목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난감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결이는 이 상황을 보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아저씨의 팔을 붙잡고 건널목을 움직이도록 도왔습니다. 성결이는 아저씨를 제대로 도운 걸까요?

정답: X

해설: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돕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습니다.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할 때에 외면하지 말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욱이 시각 장애인의 팔을 붙잡는 것은 실례되는 행동입니다. 안내자는 시각장애인에게 자신의 팔꿈치 부분이나 팔꿈치 위를 잡도록 하여 수월하게 걷을 수 있도록 합니다. 만일 시각장애인이 안내자의 팔을 잡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서로가 상대방의 보행을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길을 설명합니다.

10) 우리 반 친구 중에는 친한 친구도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말도 제대로 안하고 보내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말을 할 때면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마치 놀리는 것처럼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해서 반 친구들을 짜증나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줄 맞추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비뚤어진 물건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똑바로 줄을 맞춥니다. 이 친구는 특별히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친구들이 그 친구의 자동차 장난감을 만지기라도 하면 화를 냅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은 모두 이 친구를 싫어하고,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이 친구는 성격이 고약한 걸까요?

정답: X

해설: 이 친구는 선천적으로 사회성을 타고나지 못한 자폐증을 앓고 있습니다. 대부분 말을 제대로 못 하며, 말을 한다 하더라도 의미 없이 반복적인 말이나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그래서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 되지 않고 감정적 교류도 아주 힘듭니다. 자폐증을 손이나 손가락을 흔들고 비틀거나, 몸을 심하게 움직입니다. 물건의 한 부분에 집요하게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주변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나쁜 성격 때문이 아니라 병 때문인 것을 알고 친구를 이해해야 합니다.

11) 다음은 교회 근처 버스정류장(혹은 지하철)에서 우리 교회 어린이 예배실까지 휠체어를 사용하여 오는 길을 촬영한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을 보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아보세요.

동영상 시청 후

동영상을 보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은 총 ○가지이다.

정답: (교회 별로 다름)

해설: 정답을 확인한 후, 동영상 속에서 휠체어를 탔던 교사가 나와서 설명한다. 동영상을 다시 보면서 교회까지 오는 길이 얼마나 위험한 지,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등을 찾아본다. 또한, 진행교사는 교회나 친구들의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해준다.

법에 저촉이 되니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 예수의 정신으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어긋나니까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주객전도 형태'의 교육을 성결교회 소속 어린이들이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자칫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라는 '역지사지형' 교육이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교역자들에 의해 ‘불쌍한 친구를 놀리거나 따돌리면 그 불쌍한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를 생각 해 보자.’라는 것으로 교육목적이나 교육방향이 변질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 교육이란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때 불편함을 느낄만한 요소들을 찾아 그것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해야 할 것을 교육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결교단 교육국은 이 부분을 참고하여 전국 모든 교회 담당 교역자들에게 1차적으로 충분한 장애인권과 장애이해 교육을 실시하고, 장애인권 전문 강사들을 초빙하여 비장애학생들에게 올바른 인권의식을 심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법’에 위배되니 차별하면 안 된다를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그리스도의 정신에 입각해 가난함과 소외됨, 그리고 차별이 없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어린이들도 동참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두.바.퀴' 프로그램 진행 계획을 중단하고 프로그램 형태 등을 다시 구성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정의당 장애평등강사 강민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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