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남지사 장예석 인턴.ⓒ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남지사

필자는 1988 서울 올림픽 개막일, 9월 17일에 태어났다. “도전을 위한 화합”이라는 대회 이념으로 1988 서울 패럴림픽이 열리기 직전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전 세계가 알게 된 그 날, 정신장애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정답은, “보호(수용)시설에 갇혀있었다.”이다.

300년 전, 3,00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0년 전, 부랑자와 정신장애인들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잡혀가 보호시설에 갇히는 일이 왕왕 일어나고 있었다.

현재 한국에는 251만여 명의 장애인이 있으며(2016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이 중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인이 된 비율은 약 90%로, 현재는 비장애인이더라도 사고·질환으로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어딘가에 가둬두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은 마치 그렇게 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태도가 이 행위의 기저에 깔려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보고서」 (2017)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장애인 차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3.6%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조선 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건강한 장애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래의 사례를 살펴보자. 정간보 제작으로 유명한 조선의 음악가 악성(樂聖) 박연의 이야기이다.

세종 13년 12월 25일, 관습 도감사 박연이 아뢰기를

“···옛날의 제왕은 모두 시각장애인을 사용하여 악사를 삼아서

현송(絃誦: 거문고를 타며 시를 읊음)의 임무를 맡겼으니,

그들은 눈이 없어도 소리를 살피기 때문이며,

또 세상에 버릴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세종실록」 54권)

조선 시대의 장애인은 점복사, 독경사, 악공 등 자신만의 직업, 관직을 가지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또한 척추 장애를 갖고 있어도 우의정과 좌의정을 역임한 허조, 지체장애인임에도 우의정이 된 윤지완, 청각장애인임에도 이조판서와 대제학에까지 오른 이덕수 등 지금의 장관이나 국무총리쯤 되는 높은 관직에까지 올라간 이들이 비일비재했다. 유명한 장애인 예술가도 다수 배출되었고, 독경사들이 활동하던 명통시(明通時)라는 장애인 단체까지 존재했었다.

장애인사를 꾸준히 연구해온 고려대학교 정창권 교수의 저서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료와 함께 읽는 장애인사」(2011)에 따르면 장애인 복지정책의 핵심은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인데, 이것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습이다.

또한 혼자 사는 나이든 장애인에게는 부양자, 즉 오늘날의 활동보조인을 제공했으며, 장애인과 그 부양자에게는 부역이나 잡역을 면제해 주었다. 부모나 배우자, 자식들이 장애인을 정성껏 부양하면 그 집에 징표하고 포상하는 장려제도를 시행했다.

그와 반대로 장애인을 학대하거나 살해하면 일반 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는 엄벌제도를 시행했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하나도 없다던 조선 시대를 돌이켜보는 온고지신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많은 사업주를 상대한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 회사의 업무는 장애인에게 적합하지 않아, 일을 시키기 어렵습니다.”이다.

물론 사업체 직무 특성상, 장애인이 즉시 투입되기 어려운 직무도 존재한다. 하지만 장애인이 할 수 없는 일, 즉 “불가능성”보다는 한 명 한 명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을 때, 이들은 배척의 대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평범한 이웃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자립 생활을 정책 목표로 삼아 “포용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였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개정되어 올 5월 29일부터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1인 이상 사업장의 사업주는 법에 따라,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전직원 대상으로 연 1회, 1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 미이행 시 과태료가 최대 300만 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과태료란 법적의무를 태만했을 시 부과되는 행정벌이다.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랐던 사실, 잊혔던 선조들의 시야를 배우고 되살리기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겠다.

각 사업체뿐 아니라 학교, 유투브 등 모든 미디어와 광장에서 장애인 인식에 관한 온고지신이 이루어져, 선조들의 참된 지혜가 살아 숨쉬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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