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느린학습자를 아십니까' 캠페인 캡처. ⓒ강민

수년 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에서 ‘느린학습자를 아십니까?’라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학습능력이 뒤쳐지는 학생들을 꾸준히 훈련하고 교육하면 정상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느린학습자'가 되지만, 그렇지 않고 방치하면 발달장애인이 된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캠페인으로 많은 장애인 부모들과 장애인권 운동가들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캠페인은 2014년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가 선정하는 ‘제74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기획다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EBS '느린학습자를 아십니까' 방송기자상 수상 보도 캡처. ⓒ강민

4년이 지난 지금 EBS의 장애인식 수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난 지난 8일 EBS에서 방영된 ‘희망풍경’을 보면서 깊은 탄식을 내 뱉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일상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비장애인 시청자들에게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소개하는 ‘인식개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매회 진행될 때마다 ‘장애’는 불행하며 ‘장애’를 이겨내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하며, ‘장애’를 만성질환의 일종으로 ‘앓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희망풍경' 방송화면 캡처. ⓒ강민

'우리가 넘지 못할 산은 없다'의 ‘산’으로 그려지는 ‘장애’‘

프로그램 방영 시 성우의 내레이션과 프로그램 자막, 출연자 모두가 ‘장애’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병’으로 표기하고 소개한다면 그 ‘앓고 있는 것’과 반대의 의미는 몸의 장애가 없어지는 ‘장애해방’인 것 이라는 말인가?

'희망풍경' 방송화면캡처. ⓒ강민

각 초·중·고에서 의무적으로 학생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장애이해교육’에서도 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며 ‘기피대상’이나 ‘격리대상’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 것임을 교육하는데 EBS에서 이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장애인을 그려낸다면 ‘장애이해교육’의 전달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에듀넷 자료실 '장애인' 검색 화면 캡처. ⓒ강민

또한 교육부 산하 학생 학습용 포털 ‘에듀넷’ 마저 자료실에서 ‘장애인’으로 검색하면 명사로 독립된 ‘장애인’이라는 설명에 구걸하는 하지 절단 장애인 사진만 표시된다.

우리 학생들에게 ‘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는, 다 같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 우리와 다르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불쌍한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지 심히 우려가 된다.

교육방송공사(EBS)와 교육당국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도록 하루속히 장애를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그려내는 방송들을 폐지 또는 수정해야 한다.

또한 교육부, 에듀넷 등 누리집에서도 별도의 페이지를 구성해 장애 인식·인권과 관련하여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장애인을 소개하도록 요청한다.

*정의당 장애평등강사 강민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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