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사는 전주시에서도 길을 다니다 보면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의 인사를 많이 받는다. 한 번도 일면일식이 없던 예비후보자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나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네받으면 대접 받은 기분도 든다.

늘 그런 것처럼 이런 대접받은 기분이 6·13지방선거만 끝나면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우롱 당하는 기분이 들며 불쾌해진다. 이번에도 예비후보자들이 도지사와 시장, 지방의원이 되기 위해서 한 표가 아쉬우니 거짓 대접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게 인사하는 예비후보자들은 당선되면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전주를 조성하겠다고 말한다. 전국인구 대비 장애인인구가 높은 지역인 전주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 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만 잘 만들고 원활하게 실행하면 우리나라 장애인 사회통합의 롤 모텔적인 도시도 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다른 지방보다 장애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은 편이 전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좋은 인식이 있는 전주에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고 조례를 제정한다면 북유럽 복지국가 같은 장애인들의 천국 같은 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주가 장애인들의 천국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건물이나 사회시설에 장애인들도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계단과 턱으로 되어 있는 건물이나 사회시설에 경사로와 함께 점자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면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 조례를 제정하는 것에 큰 문제도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건물과 사회시설들을 이용하는데 장애인들의 분리와 배제를 금지하고 있다.

조례보다 상위 법안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련 조항들이 있기 때문에 전주시의원들과 시장의 의지만 있으면 제정되어 실행될 수 있다.

과거 인천시의 사례처럼 일정한 예산을 세워 이발소, 미장원, 편의점과 같은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부터 경사로나 점자블록을 설치하는데 비용을 지원하면 빠른 시안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교통신호체계도 복지선진국 같은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방식으로 바꾸고, 교통수단도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어 나가면 전주는 지금보다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 될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주민 및 장애인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고 있는 우리교회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진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비후보자들이 장애인들에게 식판을 가졌다주는 모습이다. 심지어는 주방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식사준비를 하는 모습도 있다.

이것이 다 자기들이 도지사와 시장, 지방의원에 당선이 되면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신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 나는 예비후보자들의 그런 모습을 한낱 쇼맨십으로 느껴진다.

시장과 전주시의원은 전주시민들이 생활하기 편한 조례들을 제정하고, 정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장애인도 포함된다.

나는 많은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철 때 장애인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우리교회에서 봉사하는 모습, 즉 일회성 모습을 보면 신뢰가 전혀 생겨나지 않는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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