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록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구절은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태초에 아담은 선악을 알게하는 선악과를 그의 처 하와와 나눠 먹으며 죄를 지었다. 그 벌로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얻었고, 남자는 땀을 흘려 일을 해야만 먹는 일이 해결되는 막중한 책임을 얻었다.

이와 연관 지으면 앞서 말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구절은 숙명이기도 하지만, 또한 누가 보더라도 노력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일자리 가뭄, 실업 100만의 절망적 시대… 오죽하면 이력서야 말로 가장 대중적이면서 절박한 문학이라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직업을 가진다는 건 참 행운이고 멋진 일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취업인들의 애환을 멋대로 재단하면 안 되겠지만.

‘직업에 귀천은 없다’

사실 이 말은 장애인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귀천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 문제다. 무슨 일이든 단언하긴 싫지만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다음과 같다.

․ 자립센터 직원

․ 운동선수

․ 단순 업무직

․ 기타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직업군은 아마도 자립센터 직원이리라 추측한다. 지인 가운데에도 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 한 가지가 있다. 자립센터 근로자 대부분이 센터에 나오라고 강권한다. 물론 채용 관련은 아니다. 다만 그저 마실 나오는 셈 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면 정식 직원 채용목적이 아니라면 용무가 존재하지 않는 한 갈 일이 없다. 설사 채용목적이 있다고 해도, 여건이 허락지 않으면 일 할 수가 없다.

부딪혀 보자?

한 번 도전? 웃기는 소리.

사(社) 내에서 기본적 신변처리는 누가 책임 질 건가?

외출을 하고, 업무를 보는 일을 하지 않는 건 하기 싫거나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업무 가운데 막히는 구간이 있다면 배우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건상 할 수 없어서다. 물론 그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들은 그런 강권이 곧 업무의 연장이다. 자립센터라는 독립적 라이프를 지향하는 곳에 속한 이상 사내 방침대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딱 봐도 어려운 이에게 하는 무분별한 강권은 상당히 불편하다. 어쩌면 제일 답답한 관계야말로 장애인 동료관계일지도 모른다. 강권 받은 누군가는 강권자에게 마음으로 이렇게 속삭일 수도 있다.

“알아요. 안단 말입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죠. 그런데 내가 마냥 놀고먹는지 아시오? 나도 나만의 애환이 있소.”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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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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